실리콘밸리 대신 서울 선택한 외국인 창업자 3人 "K창업 매력적"

"정부 주도 창업 지원 프로그램…다른 나라보다 많아"
"가장 큰 애로는 언어…실패에 대한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31일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 개소식 이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외국인 창업자 3인. 왼쪽부터 구한 왕, 도미닉 다닝거, 시나 알바네즈(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한국은 (외국인 창업자에 대해) 액셀러레이팅, 비자 지원, 정책 지원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습니다. 진입 장벽을 더 낮춘다면 서울이 아시아의 창업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전 우리나라에서 푸드 스타트업 '코랄로'를 공동 창업한 시나 알바네즈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아시아에서 글로벌 사업을 펼치기 유리하다고 알려진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우리나라가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시나 알바네즈 대표 외에도 국내에서 스타트업을 세운 외국인 창업자들은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풍부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 S1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 개소식을 개최하고 외국인 창업자를 초대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창업자 3인은 '한국을 선택한 이유'와 '창업 허브로서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조언했다.

도미닉 다닝거 프로보티브 대표(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정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 도움…"한국서 성공하면 외국에서도 통해"

2013년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도미닉 다닝거는 2017년 프로보티브를 창업하고 2021년 맞춤형 패키징 솔루션 '패커티브'를 출시했다. 지난해 비아시아계 출신 최초로 중기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인의 기준에 맞는 패커티브 솔루션 출시 이후 프로보티브의 매출은 지난 2년간 700% 가량 껑충 뛰었다. 2019년 단돈 27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프로보티브는 2021년에 패커티브를 출시했고 2023년에 11억 4600만 원의 매출로 늘어났다.

다닝거 프로보티브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제품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곳에서 성공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창업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아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창업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중기부에서 개최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창업 지원을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외국인 창업가는 중기부 장관 추천으로 창업비자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출신 구한 왕(그레이스 왕)은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을 살려 현지에서 여행 솔루션 업체 Globaleur를 창업했다. 이후 한국인 공동 창업자를 따라 2022년 한국으로 진출했다.

구한 왕 창업자 역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국내로 진출한 사례다. 그는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었고 특히 법률 지원 서비스가 유용했다"며 "한국이 관광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나 알바네즈 코랄로 대표(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글로벌 창업 중심지 되려면…언어 장벽·사회 분위기 바뀌어야

국내에서 사업을 이제 막 펼치기 시작한 이들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창업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언어 장벽 등 현실적인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왕 대표는 "언어 장벽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었다"며 "모든 문서가 한국어로 되어 있다 보니 조력자가 없다면 외국인 창업자가 이를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창업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바운드 창업(외국인 창업가의 국내 창업)과 아웃바운드 창업(국내 창업가의 외국 창업) 정책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닝거 대표는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가 너무 나뉘어져 있어서 연계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사업이라는 것은 양국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설계된다면 한국이 글로벌 창업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이지만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는 애로사항도 있었다. 사업 실패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다.

알바네즈 대표는 "한국 벤처캐피탈은 초기 스타트업이 내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강조하면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