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병원에서 다 쓰면 어쩌죠"…전통시장 '노심초사'

정부, 9월부터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병원 등으로 확대
상인들 "소상공인 대상 취지 무색"…중기부 "유입 효과 클 것"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안내판이 게시돼 있는 모습./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용처를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전통시장 상인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에 위치한 병원, 치과, 동물병원 등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면서 전통시장을 살리자고 발행한 상품권이 병원으로 쏠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골목형상점가의 지정절차 제도를 개선해 보다 많은 곳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온누리상품권 가맹 제한 업종은 표준산업분류 상 △담배 중개업 △주류 도매업 △귀금속 도매업 △주류 소매업 △금융업 △법무 관련 서비스업 △회계 및 세무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등을 포함해 총 40종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가맹 제한 업종을 28종까지 줄여 사용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가맹 제한이 해제되는 업종은 스포츠학원, 노래방, 병원, 동물병원, 법무·회계·세무 서비스 업종 등이다. 다만 기존 가맹점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시장과 지정된 상점가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보다 다양한 업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특히 우려를 표하고 있는 업종은 바로 병원(보건업)이다. 한방, 치과 등을 포함한 병원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전통시장 내 소상공인들에게 풀려야 할 상품권이 병원으로 몰릴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을 찾아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는 주요 사용층 중 고령 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는 만큼 병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전통시장에서의 유통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말 갤럽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 달 내 전통시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0대와 20대에서 각각 11%, 19%에 그친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65%를 차지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마련된 '추석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현장 환급행사 부스'에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어르신들은 비교적 병원에 갈 일이 많지 않으냐"며 "치과, 한방 병원 등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정작 시장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이 거의 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골목시장을 겨냥해 만든 것이 온누리상품권인데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버리면 그 취지에도 맞지 않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해 도입했던 지역사랑상품권도 사용처가 병원, 대형마트 등으로 확대된 후 이곳에 사용량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지역사랑상품권 최다 발행 지자체 4곳의 결제액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결제액 다수가 마트와 종합병원, 주유소 등에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행정안전부가 소상공인 중심으로 상품권 지침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온누리상품권이 병원으로 몰리는 것보다는 사용처 확대로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고 시행하는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에 관련 내용이 접수되진 않았다"며 "전통시장 내에 있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이고 외부에 있는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만큼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전통시장이나 상점가를 찾아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변 상점들도 같이 이용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5월 온누리상품권 활용도 제고를 위해 가맹 업종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가맹업종 확대는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