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타는 CEO·셀럽도 '폼나게' 자전거 타는 세상 옵니다"
[인터뷰]김형산 더스윙 대표 "보행자, 자전거 중심 도시 만들고파"
"소장욕구 '뿜뿜' 스왑, 5월 시작…올해 1만대 목표"
- 김민석 기자,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박정호 기자 = "유럽 여행을 가면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한 도로들을 보며 '이게 맞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보편적 공감대가 있는 것이죠. 국회의원이 자전거로 모두 출퇴근 하는 유럽 국가도 있어요. 그러나 한국은 당장의 불편함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때 스타트업의 역할은 오피니언 리더들, 사회·경제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춰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야말로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9일 서울 용산 더스윙 본사에서 만난 김형산 대표의 말과 표정에선 한국도 결국엔 차량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도시로 변화할 것이라는 확신이 묻어났다.
김 대표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자전거 박람회'(5월 5일~8일)를 방문해 트렌드를 살폈다"면서 "유럽 도시뿐만 아니라 중국도 차량 속도를 엄격하게 제한하며 보행자 친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큰 도시, 작은 도시 할 것 없이 글로벌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보행자 우선으로 변화하기 어려운 한국적 특성도 존재하긴 하지만, 변화는 10년 내 100% 일어난다"고 확신했다.
'자전거TF'를 이끄는 박희은 더스윙 팀장도 "유럽·미국·중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를 가도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는 경우는 20%에 그치고 있다"며 "한국은 단지 자전거와 킥보드, 택시를 타고 다니기 불편하기 때문에 차량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아직 큰 것이다. 머지않아 다른 나라들처럼 차로를 없애고 숲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스윙은 최근 프리미엄 전기자전거 구독(판매 일부 포함) 서비스 '스왑'(SWAP)을 출시했다. 월 구독료를 내면 △배송 △조립 △수리 △도난방지 시스템 등을 원스톱으로 관리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프리미엄 전기자전거는 구매 시 100만 원을 훌쩍 넘는데, 스왑을 구독하면 월 7만 5000원에서 5만 5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프리미엄 전기자전거를 내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얼핏 '렌탈'의 개념과도 비슷하지만 약정의무가 없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기본 의무 이용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만원 상당의 초기 구독료를 추가하면 별도의 약정 기간없이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스왑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전기자전거가 보편화하고 개인형 이동장치가 다변화하면서 소비자의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기존 국내 사업자들이 이같은 요구를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정체하고 있는 것"이라며 "스왑을 통해 사람들이 도시 내에서 자전거로 이동하고 싶게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자전거를 타지 않던 사람들도 스왑을 구독하게 만들어야 사업이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차량보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싶어지도록 만들려면 '브랜딩'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전기자전거를 빌려 사용하고 반납하는 현재 시장 구조에서 탈피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핫한 이동수단'으로 포지셔닝을 해야만 한다"며 "이를 위해 디자인과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스왑 서비스의 전기자전거 '스왑 일렉트릭'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는 고사양 제품으로 1대에 200만 원 정도에 팔리는 제품과 동급으로 보면 된다"며 "소장하고 싶도록 만들어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운영의 효율성을 살려 주력 신사업으로 삼겠다"고 했다.
스왑 일렉트릭은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GPS 기반 도난방지알람시스템'을 탑재했다. 잠금장치로는 △배터리 잠금 △말발굽 잠금 △체인 잠금 등 기본 세 가지를 제공한다. 그간 이 시스템으로 10만여 대 기기를 운영한 결과 분실 비율이 0.1% 미만에 그쳤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정상윤 운영지원팀 팀장은 "전국 단위로 구독·판매·배송·수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리점 체제가 아닌 직영 및 파트너십 체제로 운영할 방침"이라며 "기존 방식을 따라가면 어떤 혁신도 없을 뿐 아니라 자사가 업력을 쌓아온 그들보다 잘하리란 보장도 없다. 더스윙이 전동킥보드 사업을 운영하며 쌓아온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활용해 운영의 묘를 살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스왑 일렉트릭은 사전예약 1주 만에 준비 물량 300대를 모두 소진했다. 상반기 물량은 약 2000대, 연내 목표(구독·판매 합산)는 1만 대 이상이다. 현재 스왑 일렉트릭은 단일모델이지만, 앞으로 사이즈와 디자인을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더스왑 사업이 '약정의무 기간 없는 구독 모델'이라는 특성상 단기간 내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지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스윙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많은 수익을 거두겠다는 방향보단, '사람을 위한 도시'를 위한 도전적인 비즈니스로 봐주시면 좋겠다"며 "지난 5년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흑자를 내온 만큼 (중·장기적으로) 이익을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시장을 개척해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내에 스윙 구독을 10만대까지 늘리겠다"며 "매출로는 연내 50~60억 원, 5년 내 약 500억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 "스왑만으로 500억 원이라는 매출 목표를 달성했을 때 더스윙 전체 매출에서 스왑이 약 20~30% 차지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세상이 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변화하기 시작하면 한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의 천국이던 도시가 사람 우선으로 바뀌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어'라고 다들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바뀌기 시작하면 2~3년 내 모든 게 다 바뀝니다. 유럽·일본에 이어 중국도 변하고 있습니다. 더스윙을 향해 사람들의 인식보다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것이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 아닐까 합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Paris INSEAD(파리스 인시아드) 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산업은행과 일본 닛산 M&A·전략적 제휴 팀장·르노 닛산 모빌리티 전략·파트너십 팀장을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모빌리티 심사역을 맡았다. 더스윙은 2018년 12월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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