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 기관장 올까?'…중기부 산하기관 수장 공백 '장기화'

창진원·한벤투·중기연 대표직 '공석'…중기 옴부즈만도
아직까지 임추위 구성도 안해…"하반기까지 갈 우려도"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청사. (중기부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장 자리가 세 곳이나 비어 있지만 후임자 소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임기가 남은 전임자들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하고 나가버리자 일각에서는 이 자리를 총선에서 낙마한 인물들이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수장 공백이 길어져 핵심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4일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 산하기관인 창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수장 자리가 공석이다. 차관급 독립기관이라고는 하나 중소기업의 애로를 발굴해 혁신하는 중소기업 옴부즈만 자리도 빈 상태다.

김용문 전 창업진흥원장은 지난 2월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1년 5월 취임한 그는 '전 정부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창업진흥원은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해외 전시회 지원 사업 등 최근 중기부가 공들이고 있는 '글로벌화' 사업의 전담기관이다.

창진원과 함께 양대 스타트업 지원 기관으로 꼽히는 한국벤처투자 역시 5개월째 수장 공백을 겪고 있다.

유웅환 전 한벤투 대표는 지난해 11월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당시는 그가 취임한 지 1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유 전 대표의 임기는 2025년 9월까지였다.

오동윤 전 중기연구원장도 2월 퇴임했다. 중기연은 국내 유일의 중소벤처기업 관련 전담 연구기관이다. 2021년부터 중기연을 이끌어온 오 전 원장의 임기는 5월까지였으나 오영주 중기부 장관 취임 등과 맞물려 퇴임 일정을 앞당겼다고 알려졌다.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은 지난해 8월 임기를 6개월여 앞두고 중도 퇴임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의 불편한 규제와 애로를 발굴해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독립기관이다. 박 전 옴부즈만은 퇴임 전까지 5년 6개월간 활동했다. 박 전 옴부즈만의 후임자 선발 절차는 오영주 장관 취임 전 후보자 공모까지 진행했지만 장관이 바뀌면서 인선작업이 미뤄졌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영등포구 기술보증기금 서울지점에서 열린 '중기부-공공기관 정책원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통상 공공기관은 현 기관장의 임기 만료 2개월 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공모 절차를 논의하고 서류, 면접 심사 등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추위에서 추려진 후보자 명단을 장관에 전달해 장관(기타 공공기관)이나 대통령(준 정부기관)이 최종 임명한다.

그러나 창진원, 한벤투, 중기연 모두 아직까지 후임 인선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하지 않고 있으며 공모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올해 기술보증기금(11월)과 신용보증재단중앙회(8월) 기관장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빈자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임추위가 꾸려지고 당장 첫 회의가 시작된다 해도 최종 인선까지는 최소 2~3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각 기관의 신규 사업 집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언제 후임자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선 신규 사업을 수립하고 진행하기에는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직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임추위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임추위 구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청 및 임명권을 장관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일선 기관은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부처(중기부)와 협의를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이 끝난 만큼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리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상 총선 이후에는 고배를 마신 정치인이나 비정치인이라도 정권 관계자에 공공기관장 자리를 한 자리씩 내주는 보은성 인사가 진행된다.

산하기관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면 8월까지도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막 판을 짜기 시작한 분위기"라며 "정치인 출신이 오는 것이 정책 추진 등에 있어 꼭 나쁜 것은 아니나 기관장이 바뀐다는 사실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