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택배왔습니다" 문 앞엔 '로봇'이 와 있었다

현대차-CJ대한통운, 고양 타운하우스서 로봇택배 2차 실증
롯데글로벌로지스, 로보티즈 손잡고 로봇 배송 상용화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사람 대신 음식을 조리하고 기계를 조립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이 직접 현관문 앞까지 택배를 배송하는 시대가 열렸다.

기존 물류시장에서 로봇의 주 역할은 물류센터 내 택배 상품의 분류 정도에 그쳤으나 배송까지 확대되면서 '라스트 마일'(고객에게 전달하는 마지막 단계)로 확대된 것이다. 다양한 주거 형태와 건축물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전면 시행되기는 어렵지만, 이미 시작된 이상 빠른 속도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2019 서울 스마트모빌리티 엑스포'를 찾은 시민들이 자율주행 로봇택배 시연을 보고 있다. 2019.1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택배업계, 로봇 택배 테스트 한창…상용화 '눈앞'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000270)는 씨제이대한통운(000120)과 고양시의 한 타운하우스에서 이달 17일부터 25일까지 로봇개 '스팟'을 활용한 로봇 배송 서비스 2차 실증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에는 1차 실증을 마쳤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스팟과 함께 하는 구조로 배송차량 정차 후 스팟의 등에 짐을 실으면, 스팟이 택배를 문 앞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사람이나 장애물을 감지하면 스스로 피하고 가파른 계단이나 불규칙한 길이 나오더라도 지형에 맞춰서 이동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지난해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와 로봇택배 배송 실증을 진행했다.

이는 고양시와 파주시에서 시외 자율 주행 로봇 '개미 4세대'가 아파트 상가의 주문 상품을 아파트 공동현관까지 배달하는 등 1단계 실증을 진행했다. 올해는 현관문 앞까지 택배를 배송하는 2단계 실증을 진행한다.

관련기업들은 단지 내 택배차량 운행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 과로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봤다.

고속도로를 나란히 군집주행으로 달리고 있는 현대차 엑시언트 자율주행트럭의 모습. (현대차 제공) 2019.11.12/뉴스1

◇대량·장거리 택배차도 자율주행시대

라스트 마일 부문뿐만 아니라 택배를 대량으로 싣고 장거리 운행하는 과정에도 자율주행 적용이 가시화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말부터 11톤 트럭을 인천장치장센터에서 옥천허브터미널까지 218㎞의 노선에서 1년 동안 주 6회 운행하고 있다. 도심에서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만, 나머지 구간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자율주행 화물차로 진천~양산(308㎞), 사천~이천(285㎞) 구간을 포함한 총 593㎞ 구역을 시험 운행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아직 테스트단계지만, 안정성이 상당히 입증된 상태"라며 "적용 구간과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전체 운송 거리가 100%라고 보면 운전자가 직접 주행하는 구간은 5% 미만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배달로봇 딜리(우아한형제들 제공) 2024.4.12/뉴스1 ⓒ News1 김민석 기자

◇국회 넘은 '로봇택배법' 12월부터 상용화 가능…초상권·보험 기준 등 과제도

법적인 걸림돌이 해소된 점도 탄력 받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는 택배 서비스사업과 배달업(소화물배송 대행 서비스사업)의 운송수단에 드론, 로봇을 추가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공포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인 올해 12월 20일 이후 시행된다. 따라서 테스트를 거친 로봇 택배의 본격 상용화도 올 연말 이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카메라 인식에 따른 보행자 초상권 및 이동 경로 정보 취득, 일자리 감소, 보험 적용 범위 법적 기준 마련 등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정립해야 할 과제는 남았다. 특히 아직 외부 주행 로봇과의 사고와 관련한 상품이나 기준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보험연구원도 올해 2월 '인공지능 시대 보험의 역할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개별 인공지능 관련 보험상품을 미리 준비해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위험의 관리 및 인수를 담당하는 보험산업의 경우 자체적인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문제에 대응함과 동시에 인공지능에 의해 사회 전반에 발생하는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 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