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활성화가 벤처 살 길…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해야"(종합)

윤건수 한국VC협회장 "코스닥 75%가 기업가치 2000억 미만"
"민간벤처펀드 활성화 위해 신규 재원 발굴 필요"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제공)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현재 코스닥 상장사 1714개 중에서 기업가치가 2000억 원 미만인 기업이 75%입니다. 기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1조 원 이상 기업은 3%에 불과합니다. 좋은 기업들을 코스닥으로 유치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시장에 혁신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유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닥을 자금이 몰릴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윤 회장의 취임 1주년 행사 및 200번째 회원사 가입 기념식을 개최했다.

윤 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코스닥 시장은) 살 만한 종목이 없는 상황"이라며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고 기업 가치가 높은 기업들의 상장을 유치해 코스닥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나라 회수시장(코스닥)은 매년 100개 정도가 상장하는 나쁘지 않은 시장이지만 그중 75개는 상장 후 일주일만 관심이 있다"며 "이러한 시장이 과연 우리나라 산업을 만들어 내는 제대로 된 시장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패권주의 세상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해야 한다"며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이 10% 이상이면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좋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코스닥시장본부와 협의하고 종목 관련 ETF 등의 제도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제공)

◇"퇴직연금 1%만 활용해도 벤처 투자 시장에 활력"

윤 회장은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지속해서 낼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의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해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을 벤처투자조합·민간재간접벤처투자조합·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출자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퇴직연기금의 벤처투자조합 출자 허용도 거론된다.

윤 회장은 "중소형 VC들이 모태펀드로부터 출자를 받아 500억~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려고 하는데 민간에서는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며 "방법은 민간모태펀드 활성화인데 이를 위해 퇴직연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직연금이 330조 원이 넘는다는데 1% 수준인 3조3000억 원만 활용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퇴직연금이 민간모태펀드로 흘러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소득자의 마지막 보루라는 퇴직연금을 벤처펀드에 투자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모태펀드 수익이 연 7% 정도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모든 금융 상품보다도 좋다"며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1%는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의 벤처투자조합 출자 허용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도입 추진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제공)

◇"해외 투자자 커뮤니티 구축해 글로벌 투자 유치 노력"

윤 회장은 올해 키워드를 '글로벌'로 꼽았다. 지난해 화두였던 '기술'과 더불어 벤처기업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해외의 대규모 자금을 가지고 있는 좋은 투자자들을 우리 투자 기업에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글로벌 전략의 방향성을 밝혔다.

벤처캐피탈 업계 입장에서도 글로벌은 중요하다. 윤 회장은 "펀드운용사(GP) 입장에서 해외에 있는 좋은 투자자(LP)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며 "VC들이 해외에 나가서 투자하고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최했던 글로벌 LP-GP 교류회 'GVIS 서울 2023'은 올해도 개최한다. 해외 LP 초청 풀을 확대해 회원사 매칭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200번째 가입 회원사인 SBI캐피탈에 기념패를 수여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기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는 총 222개 회원사가 가입해 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