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예비 범법자로 전락"…국회로 달려간 중소기업 사장님 3500명

1일 본회의 앞두고 중처법 유예 법안 촉구
중소기업 "지키기 어려워…준비 기간 더 필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모여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너무 힘들어요. 유예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왔어요."

31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중소기업 대표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1일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중처법 유예안 통과를 촉구하는 중소기업 대표들로 약 3500명이 참가했다.

공식 행사 시작까지 30여분이 남았지만 본관 앞은 이미 자리가 가득했다. 본관을 둘러싼 인도까지 사람들이 몰렸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미 이달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이 시행되면서 대표들은 외줄 타는 심정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20여명으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장흥수(63)씨는 "건설업체는 안전관리자를 고용하려고 해도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업체마다 법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다른데 이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건설업체 대표 A씨는 "이미 안전관리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중처법을 수행할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하고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가 참여했다.

최 의원은 "83만명의 사장님들이 지금 이 순간 예비 범법자 신분으로 전락한 비참한 상황을 국회가 나서서 반드시 풀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중소기업·건설업계 협단체는 17개로 중소기업 각계 대표들이 국회에 모여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모여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사장이 구속되면 기업이 공중분해 될 위험에 처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이 되려고 인력을 줄이거나 법인을 나누는 것을 고민 중인 사장님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게 정답"이라며 "중소기업의 간절한 호소에 국회가 빠른 답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고물가, 고금리 인력난으로 가뜩이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이 힘든 기업들은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중처법은 모든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징역을 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대표들의 발언이 이뤄지는 동안 현장에서는 국회를 향한 촉구의 함성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들은 '국회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규에 진정으로 응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발표 이후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현장을 방문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중처법 유예 요청 호소문을 전달했다.

김 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고용노동부에도 건의문을 전달할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만으로도 충분한데 중처법을 적용하는 것은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이중, 삼중으로 처벌하는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일 본회의가 있는데 애절한 사연으로 유예를 호소했으니 국회가 잘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