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처음들어요"…준비 안된 26만 자영업자 어찌하오리까

자영업자 "우리도 해당하는지 몰랐어…안내 없어"
사망 사고 적은 사업장도 중처법…"공감 안 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2024.1.2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이요? 뉴스에서 본 거 같긴 한데, 그게 뭐죠?" "듣긴 들었는데 대체 어떻게 준비하는 건가요?"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사업주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 적용됐다. 사고 발생 시 경영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데도 생업 전선에서 바쁘게 뛰고 있는 자영업자 대부분은 중처법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처법 확대 시행으로 영향을 받을 자영업자의 수는 3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통계에 따르면 5~49인 고용 사업체 수는 71만2697개로, 이 중 자영업자의 수는 26만4908명이다.

최근 정부가 83만7000개의 사업장이 중처법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 수는 2021년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처법은 5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이다.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제조업 현장을 위한 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별도의 사업장 규정이 없어 동네 식당, 카페 등도 적용 대상이다.

중처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게 돼 있다.

만약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의 안전 관리 의무가 충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 중처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서울시내 한 호프집에서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모여 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8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호프집 운영자 A씨는 중처법에 대해 묻자 "건설 현장만 해당하는 줄 알았지 우리도 적용되는 줄은 처음 알았다"며 당황했다.

A씨처럼 대부분의 자영업자 사업장은 건설·제조 현장과 비교해 사망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다. 이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법안의 중요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A씨는 "작년 한 해 동안 주방에서 요리하다가 칼에 베이는 사고조차 나지 않았다"며 "현실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작은데 우리 같은 자영업자도 포함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없이 시행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처법 적용에 앞서 행정기관으로부터의 별도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15명을 고용하고 있는 B씨 역시 중처법의 대상이 된다는 자체만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B씨는 "그나마 발생하는 사고라면 화상 사고나 회를 뜨다 다치는 베임 사고"라며 "중처법이 걱정되지는 않지만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은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안전교육을 해도 칼을 만지는 사람들이 안 다칠 수는 없다"며 "예방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도 아닌데 누구를 위해 만든 법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사업장에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보건 의무를 사업주가 가지고 있음에도 중처법을 추가 적용한다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처법 시행에 따라 5~49인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안전·관리 의무와 더불어 주기적으로 관련 점검을 해야 한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