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결성이 안 돼"…길어지는 벤처투자 한파에 피 마르는 VC업계

금리 동향 불확실…상반기 투자 동향에도 '먹구름'
"대책 마련 시급"…퇴직연금 연계 방안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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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벤처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면서 자금줄이 막힌 벤처투자업계에 찬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투자시장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벤처캐피탈(VC)과 액셀러레이터(AC)들이 펀드 결성 단계부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확실한 투자 활성화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벤처투자 시장은 유동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이례적으로 호조를 보였던 2021년과 2022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3분기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을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의 벤처펀드 누적 결성액은 8조4482억원이었다. 2022년 같은 기간 누적 결성액은 12조7236억원으로 4조원 이상 줄었다. 누적 투자액도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25%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벤처펀드의 경우 4분기에 가장 활발하게 결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반등의 가능성도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스타트업 투자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96건으로 2022년 같은 달보다 15건 줄었다. 총 투자액도 2949억원으로 17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벤처투자 한파는 올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VC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의 경우 주식시장 성장세 등의 활성화 상황을 보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금리 하락 시점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정부는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모태펀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올해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해 6815억원에서 46.7% 늘린 1조원 이상 출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모태펀드 예산이 확대돼도 돈줄 자체가 막혀버린 현 상황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19일 열린 혁신벤처업계 혁신리더 포럼에서 "펀드를 만들려면 모태펀드가 약 50%를 출자하고 나머지 50%를 어디선가 구해야 한다"며 "지금 국내 자본시장 상황에서는 그 (나머지) 50%를 줄 곳이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벤처투자를 늘리는 기관은 IBK기업은행 외에는 단 한 군데도 없다"며 "그런 기관들이 없다는 이야기는 소형 VC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벤처 펀드를 만들기가 올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AC들은 투자자를 구하기 더 어려운 실정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지난해 AC들은 투자를 늘렸지만 출자자(LP)를 구해 투자한 것이 아니라 힘들어도 자기자본 투자에 나섰던 것"이라며 "큰 LP들의 참여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확실한 지원 의지를 가지고 정책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AC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호를 확실히 줘야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며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팁스(TIPS) 예산 삭감 등의 상황을 보면 스타트업 시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발을 뺀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과 동반성장지수를 활용한 펀드 투자 활성화 방안도 거론된다.

윤건수 회장은 "모태펀드의 수익률은 약 7%로 어떤 금융상품보다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다"며 "300조가 넘는 퇴직연금 중 1%만 모태펀드로 오게 되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에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하고 있다"며 "모태펀드 출자도 지수에 편입시킨다면 협력 관계인 대기업과 벤처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자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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