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200만원 쓰기 쉽나"…온누리상품권 한도 증액에도 '미지근'

정부, 설 맞아 온누리상품권 할인 판매 한도 상향
상인들 "취지 좋지만 실효성 있는 시장 진흥 방향 찾아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의 한 상점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임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전통시장에서 200만원 쓰기가 어디 쉽나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조금 더 의미 있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어요."

서울 소재 한 전통시장 조합 관계자 A씨는 정부의 온누리상품권 확대 방침에 이렇게 말했다. 활성화 지원은 환영하지만 구매 한도 상향 등 현재 방향은 일선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이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엔 어려운 방식이라는 목소리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소벤처기업부는 '2024년 설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매월 모바일·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할인구매 한도를 최대 200만원까지 50만원 늘렸다. 할인율은 현행대로 10%를 유지했다. 지류형 상품권의 경우 구매 한도 150만원에 할인율은 5%를 적용했다.

상인들은 대체로 온누리상품권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더 효과적인 지원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류형 상품권의 할인율 상향도 주요한 요청 사항 중 하나다. 전통시장 특성상 이용객 중 고령층이 많아 지류 상품권 수요가 많지만 할인율은 모바일이나 충전식 카드형보다 낮기 때문이다.

서울 자양전통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박상철씨는 "연배가 있는 분들은 카드나 모바일을 잘 안 쓰다보니 지류 상품권 발급을 위해서 줄을 서기도 한다"며 "명절 때만이라도 구입 한도 확대보다는 지류 할인율을 상향하는 것이 구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객 선호도도 지류 상품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국제경제학회가 수행한 '온누리상품권 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류형 상품권의 만족도는 3.77점으로 모바일 상품권 3.6점보다 높았다. 보고서가 발간된 2022년 당시 연간 평균 구매액은 지류형이 142만8000원, 모바일은 98만원이었다.

다만 지류 상품권의 경우 타 유형의 상품권보다 높은 수수료와 발행비용을 수반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류형의 판매수수료와 회수수수료 등 유통비용은 발행금액의 2% 수준이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최근 온누리상품권 이용 범위가 골목상권, 상점가 등 점차 넓어지고 있어 전통시장의 경우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동우 서울 대조시장 상인회장은 "시장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시장 구역 내) 마트 등에서도 사용하다 보니 실효성이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다"며 전통시장에 집중된 정책을 요청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통시장에서의 온누리상품권 실적과 이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유지되면서 예산은 늘었다. 설 명절 이용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전통시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혁 서울 성대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으로 손님을 이끄는 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지역 상권을 살리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줘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입 한도 확대보다는 전통시장에서의 2차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하는 온누리상품권 환급 등 페이백 행사를 더욱 확대해 2차 구매를 촉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