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마켓도 통합 물류"…중기부, 10년 묵은 시스템 개선한다

산재한 중소유통물류센터 유통망 데이터 통합 추진
대량 공동구매 가능해져 구매 협상력 제고 전망

경북 포항시 남구 대도동에 문을 연 포항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판매할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2020.1.15/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영세한 동네 슈퍼마켓도 대형마트처럼 데이터 기반의 통합 물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국 38곳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가 각자 10년간 운영하던 시스템을 하나로 운영할 수 있게끔 개선을 추진하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최근 '중소유통 디지털 통합 물류시스템 구축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총 89억원의 예산으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2013년에 도입된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이하 물류센터)의 서버 기반 물류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서로 다른 지역의 슈퍼마켓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물류센터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각종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한 대량의 공동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영세 슈퍼마켓도 유통 대기업 못지않은 구매 협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 김해시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내부.(김해시 제공) ⓒ 뉴스1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는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해 전국 38곳에 설치돼 있다. 물류센터의 운영 주체는 각 지역의 슈퍼마켓협동조합으로 동네 슈퍼마켓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영세한 슈퍼마켓의 경우 대규모 유통기업과 달리 대량 구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기 힘들다. 이에 협동조합이 구매 협상에 나서고 구매한 상품을 물류센터에 보관 후 필요한 만큼 출고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각 지역의 물류센터들은 영업활동을 개별로 추진하면서 물품·재고량·판매량에 대한 데이터를 서로 연동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2013년 물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10여개의 물류센터만 연동할 수 있고 이마저도 노후화된 성능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중기부에 따르면 전국 38곳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중 18곳만 해당 시스템을 현재 사용 중이다. 이외의 센터들은 사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거나 수기로 작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에 도입된 시스템은 당시에도 개발된 지 3~4년 전 프로그램이라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18곳도 매출 마감이나 상품 조회를 하려고 하면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차세대 중소유통물류 통합 정보 시스템 개념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안요청서 갈무리)

중기부와 소진공은 '디지털 통합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 기반 서버의 경우 전국 38곳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의 데이터가 하나로 연동돼 각 조합원의 실시간 수요 예측이 가능해진다.

창고관리 기능에 특화된 현재 물류 시스템의 기능도 확대될 전망이다. 또 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요한 만큼 대량 공동 주문할 수 있는 수·발주 시스템도 가능해진다.

전국 슈퍼마켓의 거래 데이터가 수치로 집계되면서 중소제조기업과 연계한 슈퍼마켓 자체 상품(PB)의 출시 가능성도 점쳐진다. 매출이 높은 특정 상품이 데이터로 나타날 경우 중소제조기업과 자체 생산 협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1월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통조림레토르트식품공업협동조합은 공동 상품·브랜드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사업 참여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수산물 할인 쿠폰이나 지역 바우처 사업들은 동네 슈퍼마켓이 참여하고 싶어도 전산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며 "통합 물류가 가능해지면 지역 협동조합도 '이제는 조건을 갖췄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소진공은 중소유통 디지털 통합 물류시스템을 내년 12월까지 구축하고 안정화 기간을 거친 뒤 2025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