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소주 길 열렸다는데…자영업자 "가격 인하 어려워"
5000원 소줏값에 인건비·임대료 등 포함돼
가격 인하 요인 낮아…"오픈 이벤트 등 제한적"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정부가 소매점의 주류 할인 판매를 허가하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자영업자들은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소주·맥주 가격에 인건비, 임대료 등 각종 요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기존 주류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새로 개업한 음식점에서 이벤트 전략이나 특정 시간 이전에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판매 전략으로는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내수 진작을 위해 주류 할인 및 원가 이하 판매 등을 가능하도록 주류고시 유권 해석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통해 소매업자의 준수사항으로 '주류를 실제구입가격 이하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매업자가 술을 싸게 판매하고 도매업자로부터 추가 금액 지원이나 주류 제공을 받아 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국세청의 이번 유권해석으로 일반 음식점에서는 도매업체로부터 공급받는 1500~2000원보다 낮은 가격에 소주와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술집이나 음식점이 도매 공급가 이하로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할인 전략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47)는 "현재 술값에는 인건비, 임대료, 각종 식자재 인상분이 포함돼 결정되는 구조"라며 "도매업체로부터 받는 공급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 음식점이 손해를 보는 건데 이 손실을 누가 메꾸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과거에는 도매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현재는 세금 계산을 위한 주류카드가 도입돼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60)는 "새로 오픈한 가게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나 특정 시간에만 술값을 내려 판매하는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가격을 낮춘다면 박리다매가 필요한데 술 소비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임종우씨도 "술값 매출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 가게들이 많은데 가격을 낮춰 경쟁을 유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주변 상권들은 500원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매점에서의 할인 이벤트가 가능해지면서 술을 공급하는 도매업체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공장으로부터의 출고가는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소매점이 가격 할인을 요구하면 이윤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자영업자들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할 텐데 결국 우리(도매업체)에게 할인을 요구할 수 있다"며 "도매업체가 판매하는 수량은 크게 늘지 않아 마진은 줄어들 것이고 거래처와의 관계를 위해 할인을 하지 않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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