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최저임금 1만2000원'에 난색…"이미 한계 상황, 못버텨"

노동계 "내년 24.7% 인상하라" 요구…4% 올라도 1만원 돌파
"최임 하한선 올리면 전직원 인건비↑…기업 생존 고려해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2023년도 최저임금 안내문이 서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1만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23.4.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최저임금을 25% 인상하자고요? 5% 인상도 겨우 버텼는데 당황스럽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계설비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노동계가 요구하고 나선 24.7% 인상안에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업종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35% 정도로 높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고물가 등으로 근로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로 힘들다. 최저임금 1만2000원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어려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노총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지금보다 24.7% 인상된 1만2000원을 요구(월급 환산시 250만8000원)하면서 노사 간 '강 대 강' 대치가 예고된다.

2024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의 첫 번째 전원회의는 18일 열린다.

노동계가 첫 요구안으로 제시한 24.7%는 최근 5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5.06%) 대비 매우 높다. 노동계는 지난해 첫 요구안으로 23.9%를 주장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95% 이상 오를 시 1만원을 넘게 돼 상징성을 띠게 된다는 점에서도 올해 최임위는 난항이 예상된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높은 대출금리와 각종 원·부자재 가격 인상, 오를 대로 오른 공공요금 등으로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려 있는데다 인건비까지 오르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 금천구서 용접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공공요금이 많이 올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이라며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직원들 간 '임금 역전'을 방지하기 위해 전직원의 급여를 올려야 하는데 부담이 만만찮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최저임금을 받고 일을 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구인하려면 최저임금보단 더 줘야 한다"며 "하한선이 올라가면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건비는 중소기업 과반이 토로하는 주요 고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달 실시하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약 55%는 경영시 주요애로사항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12.7%를 기록했다. 2019년 16.5%에서 지속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3고 위기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도 닥친 위험"이라면서 "노동계가 25%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후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