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더딘 매장 매출 회복·배달 감소 '이중고'…밀키트로 활로 모색
밀키트, 새 수익 다각화 모델로 주목…간편식 선호·1인가구 증가 효과
업계 "수익 다각화 시도 긍정적이나 소상공인 간 격차 심화 우려도"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 서울 강서구의 중식집 '도일처'는 대를 이어 60년 가까이 운영해 온 '백년가게'다. 올 3월부터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동파육을 밀키트로 제작해 판매 중이다. 식당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오이무침과 꽃빵까지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부산 남구의 60년된 생선내장탕 가게인 '궁중해물탕조씨집' 역시 밀키트가 수익 증대에 기여한 사례다. 현재 궁중해물탕조씨집은 '궁중해물탕', '백년해물탕' 밀키트 2종을 선보이며 네이버,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줄어들었던 오프라인 매장 수익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배달 수익 마저 감소하자 소상공인들마다 '밀키트 제작'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겨날 절도로 높아진 물가도 영향을 미쳤다.
도일처 관계자는 "아직 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서서히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밀키트로 온라인 판로를 뚫은 김에 가정용 소스 개발 판매 등 다양한 판매 전략을 세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궁중해물탕조씨집'은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백년가게 밀키트 식당에 입점하고 1월엔 해물탕 육수 제조 관련 특허 출원에 성공했다. 온라인 판로 확대로 업체의 매출은 저년대비 약 150%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밀키트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레시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밀키트 제작을 문의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아졌다"며 "레시피 개발로 인한 지적재산권(IP) 등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소상공인들이 밀키트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배달 수요 감소와 더딘 홀 위주의 대면 판매 회복세가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음식 서비스 배달 분야 거래액은 2조22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8.3% 감소했다. 배달 플랫폼 이용자 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밀키트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도 소상공인들이 밀키트를 눈여겨보는 이유 중 하나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간편식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밀키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25년 725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 사이에서 밀키트 제작 수요가 늘자 정부 산하기관도 관련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해 7월 백년가게 및 백년소공인 18개사를 선정해 밀키트 개발 컨설팅 및 브랜딩, 판로 마케팅을 시범 지원했다. 중기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지난 1월부터 별도의 자격 제한 없이 소상공인 운영가게 500개사를 대상으로 밀키트 상품화를 지원하는 '소상공인 상품 개선 컨설팅 지원사업' 운영 대행업체를 모집 중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끝났지만 물가가 오르며 음식점을 비롯한 소상공인의 매출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밀키트 제작 등 수익 다변화를 취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칫 정부 지원이 '백년가게' 등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 위주로 돌아갈 경우 소상공인 간 격차를 벌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밀키트 개발 및 제작의 경우 안정적인 경영 경험과 고정고객이 있는 소상공인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음식점주 간 격차를 심화할 우려가 있다"며 "골목 조합 형성을 통한 음식 거리 활성화 등 방안을 통해 밀키트 제작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상공인 지원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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