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아이 위해 희귀병수술 미뤘던 엄마…5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엄마와 함께 마트랑 공원에 자주 놀러 갔던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차 타고 산소 갈 때 엄마 생각 많이 나요. 15개월 된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사랑해요."

지난달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좌우 신장·간장·폐장·심장을 뇌사장기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이하진(42)씨 아들 김민재(10)군은 10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의젓하게 엄마를 떠올렸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10살, 15개월 된 두 아이 엄마인 이씨는 지난 2020년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고 점차 증상이 악화해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다.

모야모야병은 양측 뇌혈관 내벽이 두꺼워지면서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이씨는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어서 출산 후로 수술을 미뤘다. 둘째가 첫 돌을 넘긴 지난해 12월 수술을 받았다.

수술과 회복을 마치고 퇴원했는데 갑작스럽게 독감과 뇌출혈 증상으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이씨의 남편은 고인이 생전에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유족들이 떠올린 이씨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에 따뜻한 사람이었다. 2녀 중 둘째로 이씨는 자폐증이 있는 언니와 자라며 늘 양보하며 언니를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이씨의 남편 김동인 씨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