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병원이탈 전공의에 즉시 '업무개시명령'…불응시 '면허박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병원을 이탈하기로 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역대 4번째 대규모 의사파업이 시작된 양상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끝에 오는 19일까지 이들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대증원은 돌이킬 수 없다"며 의사들 움직임에 여전히 강경하다.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갈수록 정부와 의사들 간 정면충돌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빅5 병원은 국내 5대 대형 상급종합병원을 지칭한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다. 전공의는 의대 졸업 후 의사면허를 딴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레지던트로 응급·당직 업무를 맡고 있다.

전북 익산의 원광대병원에서는 이미 지난 15일 22개 진료과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각 병원 전공의들이 하루아침에 대거 현장을 떠나면 의료공백이 커지고 환자들의 불편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감안한 복지부도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다면 면허를 취소하는 것까지 검토하겠다며 엄정한 대응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역시 "의대증원은 돌이킬 수 없다"며 의사들의 행동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각 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대한의사협회 같은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복지부 대책 회의에도 소집됐던 병원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공의들의 결심이 확고해 집단행동은 강행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따로 또는 같이 병원을 관두는 일 역시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즉시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휴대전화 번호도 이미 확보해 둔 상태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응하면 면허를 박탈한다는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의료기관도 1년간 영업 정지나 개설 취소·폐쇄될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협 주도 집단휴진 사태에 대해 당시 김재정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정부는 2020년 집단휴진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 등 10명을 고발했다가 그해 9월 4일 의대증원 추진을 유보한다는 조건으로 의협과 합의해 취하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도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의대증원 의지가 강한 데다 의사 수 증원 없이는 의료개혁이 안 된다는 입장이라 양측의 강대강 충돌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려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어떤 이유로도 불법 집단행동은 안된다"며 "의사분들은 환자에게 새로운 삶과 희망을 주는 분들이다.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