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0명 중 8명 '의대 증원 반대'…'지역·필수의료 정책' 부정적 62%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사 4010명 설문조사
"2035년까지 의사 1.5만명 부족, 신뢰하기 어려운 주장"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우리나라 의사 10명 중 8명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10일~17일까지 대한의사협회 회원 4010명을 대상으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1.7%(3277명)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반대했다.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다'가 49.9%로 가장 많았고, '향후 인구감소로 인한 의사 수요 역시 감소 될 것'이 16.3%로 뒤를 이었다. '의료비용의 증가 우려'는 15.0%,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는 14.4%, '과다한 경쟁 우려'는 4.4%'로 나타났다.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이유로는 '필수의료 분야 공백 해소를 위해' 49.0%,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24.4%,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서' 7.9% 등의 순이었다.
지역의료 확충을 위한 현행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의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침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 51.5%(2064명)가 찬성 48.5%(1946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지역의 의료 질 차이를 초래' 28.1%, '일반 졸업생들과의 이질감으로 인해 의사 사회에서 갈등을 유발' 15.6%, '지역인재 전형 인재에 대한 환자의 선호도 저하 가능성' 9.4% 등이 있었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필수의료 분야 기피현상에 대한 원인으로는 '낮은 수가' 45.4%,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 36.0%, '과도한 업무부담' 7.9% 순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응급실 뺑뺑이' 사태의 해결방안으로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제한' 36.2%, '응급환자 분류 및 후송체계 강화' 27.5%, '의료전달체계 확립' 22.6% 등을 꼽았다.
'소아과 오픈런' 사태의 해결방안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운영 관련 지원' 47.2%, '소비자들의 의료 이용행태 개선 캠페인' 14.0%, '조조·야간·휴일 진료 확대 지원 8.1%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국립대 병원 중심 육성, 중증・응급의료, 소아 진료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필수의료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평가는 '못하고 있다' 62.3%로 나타났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11.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섣부른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의 질 저하와 향후 의료비 증가를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분야 수가의 합리화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의료접근성, 수술 및 입원 대기시간 등 일부 연구결과만 반영하는 수치로 보여 신뢰하기 어렵다"며 "의사인력 추계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진 의료체계나 의료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며, 단순 수요조사가 아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의사인력을 산정하고, 미래 수요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수급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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