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비대면진료는 혁신'…의료법 고쳐 제도화 추진(종합)
"이해충돌 문제 아닌 의료 글로벌 경쟁력으로 봐야"
휴일·야간 이용 4배 ↑…종이·CD없이 진료정보 공유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앞으로 국민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의료법을 고쳐 제도화에 나선다. 한국 의료의 디지털화,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적극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3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창업존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를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비대면진료는 의료 서비스 이용에 혁신을 일으켰다"면서도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비대면진료가 많이 제한됐다.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편함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오후 6시 이후 야간과 휴일이거나 응급의료 취약지 등은 대면진료 경험 없이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시행 중이다.
다만 비대면진료로 처방받은 약의 경우 본인 혹은 대리 수령이 기본 원칙이다. 직접 약을 받기 어려운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약 배송이 허용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약 배송 제한으로 인한 국민 불편과 아쉬움은 크고 법과 제도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법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비대면진료를 의료계와 환자·소비자 간 이해충돌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제도를 뛰어넘는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에서 영어 강사를 하며 5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나겸씨는 이 자리에서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면 소아과에서 1~2시간 대기하지 않아도 진료를 볼 수 있다"며 아이가 아플 때 회사 눈치를 안 보고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언급했다.
시범사업이 동네 의원 위주로 진행되는 가운데 재진 환자 중 병원급 기관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나 수술·치료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면 병원급 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라면 대면진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한 상태다. 이 경우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후피임약 처방은 제한했고 처방전 위·변조 방지 방안도 마련했다.
복지부는 환자 입장에서 계속 시범사업을 개선하고, 시범사업 성과 분석과 평가를 통해 시범사업 모형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비대면진료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해 제도화하기로 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날 기자들에게 "보완방안 시행 전보다 (12월 15일부터 시행된 뒤) 12월 휴일·야간 이용이 4배 정도 증가했다"며 "이용증가 추세를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약 배송이 전면 허용될 수 있을지를 두고 정 정책관은 "아직 향후 계획은 나와 있지 않다"면서도 "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여전히) 있다. 보완방안의 정착이 우선"이며 약사단체와 개선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을 통해 "약국들이 비대면진료 후 약 처방을 조직적으로 거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비대면진료라는 이유만으로 조제를 거부하면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전 실장은 비대면진료 시행 의료기관과 먼 거리에 있는 약국으로 약 처방이 의뢰되는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약국 입장에서는 약이 구비돼 있지 않는 등 조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복지부는 개인 건강정보의 자유로운 활용도 돕는다. 현재 병의원 간에 종이와 CD 대신 환자 진료정보를 전자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진료정보교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진료정보교류 시스템 연계 의료기관을 올해 9400개소까지 확대하고 영상정보 교류 기능을 고도화한다.
지난해 9월 개통한 의료데이터 중계플랫폼 '건강정보 고속도로' 참여 의료기관도 올해 1003곳으로, 2026년까지 데이터 활용 가치가 높은 대형병원 전체로 확산할 계획이다. 데이터 제3자 전송 요구권 도입 등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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