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70만명 유치 내건 정부, 의료분쟁 해결엔 무방비

외국인 의료분쟁 상담 민간 용역 직원 12명이 전담
"변호사들도 소송 주저"…기관 간 적극적인 연계 중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는 2027년 외국인환자 7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정부가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분쟁 해결과 지원에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20대 중국인 여성 A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입국해 2주 동안 복부와 팔, 허벅지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세 번째 수술 다음 날, 수술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괴사성 근막염이 패혈증으로 악화했다는 진단을 받고 한 달간 치료 끝에 숨졌다. 유족은 성형외과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성형을 위해,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으면서 의료분쟁에 휘말리거나 수술 실패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공지했다.

대사관은 "맹목적으로 광고를 따르지 말고 수술의 위험성과 후유증 등을 잘 따져야 한다"며 "올바른 중개 기관과 의료기관·전문의를 선택해야 한다. 의료분쟁이 생기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중재나 소송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씨 사례처럼 외국인환자가 한국에서 진료를 받다 숨진 일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통계 연보를 보면 2021년·2022년 의료사고로 숨졌다고 주장한 외국인환자 유족 상담사례는 각각 4건 있었다.

최근 5년간 중재원에 상담을 받은 외국인환자(1인 중복상담 제외)는 △2018년 138명 △2019년 146명 △2020년 113명 △2021년 127명 △2022년 113명 등이다. 이는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뒤 의료사고 등을 의심해 중재원에 도움을 요청한 건수다.

전체 의료분쟁 상담자 (위), 외국인환자 중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을 상담한 사람 수(아래)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소송을 제기하거나 병의원-환자 간 합의 사례까지 더하면 의료분쟁은 이보다 더 많고 외국인환자 개인이 느꼈을 불편, 불만은 가늠하기 어렵다. 외국인환자를 위한 한국 의료이용 상담 서비스가 확충될 필요성이 거론된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료사고를 민사 소송으로 대응하면 보통 2~3년, 길면 4년까지 간다"면서 "외국인환자 의료사고의 경우 언어가 다르고 가족 또는 유족과의 연락도 여의찮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외국인환자에게 의료정보 제공 및 상담을 위해 2016년부터 인천국제공항과 서울관광플라자 총 2개의 '메디컬코리아 지원센터'를 각각 서울관광공사, 서울관광재단과 공동 운영 중이다.

인천에는 진흥원 측 3명(간호사 1명 포함)과 서울관광공사 측 3명이 대면 상담 업무를, 서울에는 진흥원 측 3명과 서울관광재단 3명이 '메디컬 콜' 등 유선 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진흥원은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6명의 인건비와 경상 운영비를 지불하고 있다.

민간에 의료분쟁 상담을 맡긴 이유는 그들의 외국어 능력을 감안했다는 입장이다. 문의 내용에 따라 의료분쟁이 의심되면 중재원 등에 안내한다. 그러나 한국 의료이용 전반의 상담 및 정보제공을 민간 6인에게만 맡기는 방식이 적합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진흥원과 중재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상담 전담인력이) 6명에 불과한데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라며 "체계적 대응이라고 볼 수 없다. 파견직에 전담시키는 것은 대응책으로서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을 수용한 복지부는 상담의 내실화와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메디컬코리아 지원센터에 접수된 의료불만·분쟁 관련 상담은 217건이며 그중 중재원으로 안내된 건수는 50건이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외국인환자의 의료분쟁 해결 과정에 중재원과 함께 선제적인 대응 매뉴얼 마련을 추진 중"이라며 "조만간 양 기관 실무자들이 만나 의료분쟁 및 불만 상담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환자는 24만8110명으로 2021년 14만5842명 대비 70.1% 증가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19년(49만7464명)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됐다. 복지부는 적극적인 유치 전략으로 2027년 외국인환자를 70만명까지 불러오겠다는 목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분쟁 조정 과정을 설명 매뉴얼을 만들고 메디컬코리아 지원센터에 진흥원 정규직 파견은 물론, 직영 운영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2027년 외국인환자 70만명 유치 목표는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