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고객' 상대한 감정 노동자, 수면 장애 확률 3배 높다

연세대 의과대학 연구팀, 직장인 1만8744명 조사
직장에서 감정 억누를 경우에도 잠 못들 확률 높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근무 시간 중 절반 이상 화가 난 고객을 상대했다면 수면 장애를 겪을 확률이 3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번아웃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번아웃 증상은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낮에 겪은 부정적 감정은 자기 전까지 이어지게 되고, 이는 수면을 시작하거나 유지하지 못하게 한다.

18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소속 백성욱 교수팀은 직장인 1만87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근무 시간 중 화가 난 고객을 상대한 비율에 따라 낮음(근무 시간의 25%), 중증도(근무 시간의 50%), 높음(근무 시간의 75%)으로 분류하고 수면장애 정도를 측정했다.

수면장애 정도는 수면 시작의 어려움, 수면 유지의 어려움, 수면 후 상쾌함을 느끼지 못함 등에 대해 각각 0점~4점으로 평가하고 총점이 6점 이상인 경우 수면 장애가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화가 난 고객을 적게 상대한 경우는 수면 장애 확률을 1.52배, 중증도는 3.20배, 높음은 3.28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생활 중 감정을 억누르는 행위 역시 수면 장애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역시 감정 억누르는 행위의 정도를 낮음, 중증도, 높음으로 분류해 수면장애와의 연관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낮음은 1.45배, 중증도는 2.38배, 높음은 3.14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화가 난 고객을 많이 대하는 직장인은 여성이 많았으며, 소득 수준이 대체로 낮은 편에 속했다. 감정을 억누르는 일을 많이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매주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이 화가 난 고객을 대하는 빈도와 수면장애의 연관성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이유는 최근 화가 난 고객을 대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증을 경험할 비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번아웃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을 분석한다면 업무 이탈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대인관계에 자주 참여하는 근로자의 심리적 웰빙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