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지옥' 대책…간호계 '환영' 재정적 부담은 '숙제'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2027년 본사업 목표, 연 최대 15조원
복지부 "간호인력 문제없어"…3년간 간호사 2430명 추가 배치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2021.10.2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김기성 기자 = 정부·여당이 '간병 지옥'으로 불릴 만큼 개인 부담이 큰 간병에 대한 부담 완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간호계는 근무여건과 처우가 개선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에만 15조원이 넘는 재원이 소요돼 재정적 부담도 크다.

보건복지부는 21일 당·정협의를 통해 환자의 모든 치료 단계에서 간병 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국민 간병부담 경감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연 230만명 수준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자를 2027년 400만명까지 늘려 간병비 부담을 10조7000억원 줄이겠다는 것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또는 간병인 없이 간호사·간호조무사가 24시간 입원환자를 전담하는 서비스다.

먼저 중증 수술환자, 치매·섬망 등 중증도와 간병 요구도가 높은 환자를 위한 '중증 환자 전담병실'에서, 간호사 1명당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 8명을 담당해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증환자 전담병실은 상급종합병원 45곳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30곳에 우선 도입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공적 보험을 통한 간병비 지원은 요양병원부터 시행한다. 간병비를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만큼 대상 병원·환자을 엄격하게 제한할 예정이다. 환자는 외부기관의 판정을 거쳐 의료 필요도와 간병 필요도가 모두 높은 경우에만 지원하고, 병원도 의료 필요도 수준이 높은 환자가 많은 곳만 지원할 방침이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12명→5명…간호계 "환영"

간호계에서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강화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어 근무여건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 1명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1인당 12명 정도였고, 그 이하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 1인당 19~20명의 환자를 맡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시행안으로 상급종합병원이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4~5명, 그 이하 의료기관에서는 8~10명으로 기준이 정해져 사실상 노동강도가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도 "기존에는 간호조무사 1명이 4인실 기준으로 10개 병실을 담당했는데, 4인실 기준으로 3개 병실을 담당하게 됐다"며 "제대로 된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간호사뿐 아니라 (조무사 등) 병원 인력도 늘려서 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간호사의 처우도 개선된다. 야간 전담 근무 간호조무사 대상 수가를 신설한다. 환자 중증도·간호필요도와 간호인력 배치 및 병원 보상 수준을 연계해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더 많은 병원일수록 간호인력도 더 많이 배치하고 의료기관과 간호인력이 받는 보상도 더 늘린다.

정부는 간호인력을 더 많이 배치할수록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채용을 독려할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신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배출 속도를 봤을 때 인력 배치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3년간 추가 배치에 필요한 간호사는 2430명, 간호조무사는 4805명으로 추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간호사는 8만51명이, 간호조무사는 8만9154명이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로 배출되는 규모 대비 필요 인력이 간호사는 3%, 간호조무사는 5.4%이기 때문에 충분히 충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병인의 환자 학대, 환자 감염사고 등을 막기 위한 예방책도 마련한다. 간병인력 공급기관 기준을 마련해 등록제를 시행한다. 간병인은 요양보호사 또는 일정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맡는다. 그간 환자·보호자가 알아서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이 사업에선 병원 및 의료진이 간병인을 지휘·감독한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강릉아산병원 제공) 2018.8.7/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간병비 건보 적용땐 연간 15조원 필요…재정문제 관건현재 정부와 여야 모두 간병비 부담 완화 의지는 높지만 간병비에 건보 급여를 적용하는 경우 건보 재정 부담과 함께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복지부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년6개월간 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2단계 시범사업은 대상자 수요와 소요재원을 정밀하게 분석해 재원 조달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병행해 2027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본사업을 실시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추계 결과 국내 요양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을 때 매년 최대 15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지속적인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숙제로 남아있다. 1차 시범사업의 예산은 상임위에서 증액 의결된 약 80억원이다. 향후 본 사업시의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정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재정은 현행 보험료율(7.09%) 유지 시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28년이면 적립금이 소진되며, 2032년에는 누적 적자금액만 6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