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백신연구소, 대상포진 백신개발 도전장…내년 하반기 기술이전 추진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 개발 순항
2027년 8조원 규모 대상포진 백신시장 주도 목표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옷깃만 스쳐도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는 질환이 있다. 바로 대상포진이다. 의학적 통증 척도(SF-MPQ)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인한 급성 통증 수치는 22로, 수술 후 통증(15)이나 출산 시 산통(18)보다 높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 상태로 있다가 고령층 혹은 면역이 저하됐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2000년대 들어 처음 등장했다. 머크(MSD)가 개발한 조스타박스는 200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2012년 허가를 받았다.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조스터'가 세계에서는 두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개발되어 2018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두 백신은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인체에 투여하는 '약독화 생백신'이다. 50대와 60대에게 60~70%의 예방효과를 보이고, 1회만 접종하면 된다. 그러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예방효과가 떨어져 70세 이상에서는 30%로 낮아진다.
2017년 출시된 GSK의 '싱그릭스'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나온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의 항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감염 위험이 없어 안전하다.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예방효과다. 60대 97.4%, 70대 91.35% 등 모든 연령대에서 90% 이상의 방어율을 보였다. 만 18세 이상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을 확인해 암이나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이 저하된 이들에게도 투여가 가능하다.
싱그릭스는 약독화 생백신에 비해 가격 부담이 있지만 압도적으로 높은 예방 효과로 글로벌 시장 판도를 바꿨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한 번만 맞으면 되지만 싱그릭스는 2~6개월 간격으로 두 번 맞아야 한다. 또 근육주사인 데다 면역증강제 성분 때문에 통증도 다소 크다.
2017년 싱그릭스가 출시된 당시에는 대상포진 전체 시장이 7억8300만달러(1조280억원)였고, 그 중 싱그릭스가 2800만달러(367억원)를 기록했다. 2019년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3억2900만달러(3조579억원)로 3배로 성장했으며, 그 중 99% 이상을 싱그릭스가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도 출시해 7개월 만에 47.4%의 시장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급성장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브랜드에센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35억8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수준이던 전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027년 67억1000만달러(약 8조3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포진 백신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GSK 싱그릭스와 동일한 방식의 재조합 단백질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을 개발 중이다. 싱그릭스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부작용은 적어 상업화에 성공하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백신연구소가 개발 중인 대상포진 예방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은 싱그릭스와 동일한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싱그릭스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VI-VZV-001은 재조합 단백질 항원에 차백신연구소가 독자개발한 면역증강제 '리포-팜(Lipo-pam)'을 조합했다. 리포-팜에 포함된 면역증강 활성 성분은 만성 B형간염 치료백신 임상시험에서 통증 이슈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CVI-VZV-001에 사용된 리포-팜은 T-세포를 활성화해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성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세포성 면역반응이 유도되면 우리 몸이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공격해 감소시켜, 대상포진과 PHN(대상포진후신경통)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대상포진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백신연구소의 CVI-VZV-001 임상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했고 12월에 승인을 받았다. 올해 5월 첫 환자 투여를 했고, 10월에 투여를 마쳤다.
임상 1상 관찰에서는 통증 등의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차백신연구소는 기존 임상보다 더 높은 용량에서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백신의 용량을 늘린 추가 임상을 신청해 지난 10월에 승인을 받았다. 차백신연구소는 임상 1상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뒤, 내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임상 혹은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상포진 예방을 넘어 활용 범위도 넓혀갈 계획이다. 임상1상 완료 후 CVI-VZV-001을 대상포진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1/2a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임상은 대상포진이 PHN으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하는 PHN 예방백신의 목적과 대상포진 자체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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