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재점화 ‘간호법’…‘의료계 반대·빠듯한 국회 회기’ 관건
尹 거부권에 좌초 6개월 만에 재발의…의료계 즉각 반발
6개월 남은 21대 국회…"구체적인 협의 타임라인 아직 없어"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좌초된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이 다시 국회에 발의돼 의료계가 동요하고 있다. 간호법 재발의 총대를 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간호협회를 제외한 의료계가 즉각 반발하고 있어 또다른 격랑을 예고했다.
간호법 논란은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발의 된 간호법은 지난 5월 폐기된 간호법 제정안을 모태로 한다. 다만 간호사 단독 개원의 빌미를 준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기존 '의료 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법안 총칙 규정을 '보건의료 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 복지시설 등 간호 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수정했다.
또 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고,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을 '고등학교 졸업자'에서 '고등학교 학력 이상'으로 바꿨다.
이번 간호법은 '간호법 재추진'을 내건 대한간호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대회 전날 발의됐다. 기념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을 비판하며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념식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간호법을 민주당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성주 의원도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 학력제한 문구 등 간호사들이 내 자리 뺏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모두 반영해서 이제는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바람대로 간호법이 무사히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먼저 간호협회를 제외한 의료계의 반대가 가장 큰 장벽이다.
간호법 제정에 적대적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관계자는 "이번 재발의 간호법은 말장난뿐이다"면서 "간호조무사 지원 학력 기준을 수정했다고 하지만, 전문대 간호조무학과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학생이 간호학원까지 다녀야만 시험을 볼 수 있는 현실은 바뀐 게 하나 없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발의하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4개 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간호법 재발의 당일 즉각 반발했다. 앞서 의료연대는 지난 4월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예고한 바 있다.
의료연대는 성명에서 "민주당이 재발의하려는 간호법안을 결사 반대하고 이와 관련한 어떠한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며 독단 강행한다면 공동연대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연대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100주년을 맞은 간호협회에게 선물을 안기려는 의도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밀어붙인다면 2월 임시국회가 간호법 문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니 상황을 보고 대응 강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도 간호법 통과의 중요 변수다. 임기 안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된다. 무엇보다 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선점하려는 여야간 이슈 경쟁에 간호법이 낄 공간이 여의치가 않다는 점도 이번 국회 회기 내 법제화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 간호법 재발의 결정한 이후 직역간 중재에 나서 내용적으로 합의를 이룬 지점이 있다"면서 "법안 심사 과정에서 간호사와 의사 등 의료 직역 단체들을 계속 접촉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타임라인은 없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에선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을 완전히 조정하지 않고 재발의하다 보니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국회에 예산, 특검 등 일이 많지만 법안이 상정되면 여야가 협의하고 여러 의료직역단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간호협회는 간호법이 다시 발의되자 "재발의된 간호법안은 불필요한 논쟁과 곡해를 원천 방지했고,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며 즉시 환영 입장을 밝혔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위 소위원회 논의 시간을 줄이면 2월 임시국회 안에 본회의 상정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면서 "여야 합의로 법원이 올라오지 못해 아쉽지만, 협회는 향후 상임위 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상황을 보며 간호법 통과를 위해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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