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반발 확산·간호법 재발의 긴장감 고조…들끓는 의료계
의료현안협의체, 의대 수요조사 발표 후 첫 회의 '파행'
野, 폐기된 간호법 재발의…의료계-간호계 갈등 고조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수요조사 발표 등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힘을 싣고, 지난 5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 제정안을 야당이 재발의를 추진하면서 의료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야당을 향해 "(정책 또는 법안을) 독단적으로 강행한다면 강경한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26일 전국 의사 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의대정원 확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열린 22일 오후 의료현안협의체 제18차 회의는 개최 30분 만에 파행됐다. 양측 모두발언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협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회의 시작 전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에게 "(정부가) '핵폭탄'을 날려 우리 협상단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고 했다.
양동호 의장은 "필수 지역의료 정상화 방안을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는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양이한테 생선 몇 마리씩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양 의장은 퇴장 직후 "여론몰이를 한 데 대해 강력하게 복지부에 항의했고 의협을 협상의 파트너가 아니라 들러리로 이용하는 것에 강력한 유감 표명을 했다"면서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충분히 논의한 다음 앞으로 협상단의 거취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증원을 강행하면 총파업 등 지난 2020년 파업 수준을 넘어서는 강경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의협은 오는 26일 오후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열어 의협이 취해야 할 조치와 의견들을 취합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가 나온 뒤로 의사들의 반발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복지부 발표 이후 의사단체들이 연이어 "필수의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을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내며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정부 협상 창구인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다음 회의가 언제 열릴지도 미지수다. 복지부 역시 유감을 표명하며 "정부는 앞으로 의협과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 마련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전날(22일)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두고도 간호사 단체의 분열과 반발이 예상된다. 재발의된 간호법 제정안은 업무영역 논란을 빚은 '지역사회' 등의 문구 일부가 수정됐다.
간호법을 두고 의사·간호조무사 등 14개 직역 단체 등으로 구성된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연가 투쟁 등 파업 같은 단체행동을 벌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5월 거부권을 행사했고, 재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번 재발의에 대해 의료연대는 "민주당의 간호법안을 결사반대한다. 앞으로 간호법 재발의 추진과 관련한 어떠한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강행한다면 즉시 폐기 공동연대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이 약소직역의 불평등한 처우와 노동환경을 도외시하고 간호사 처우만 개선하겠다는 이기적인 악법이라며 보건 의료직역 업무의 재정비와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통합의료 돌봄 법' 제정을 통한 통합의료 돌봄 체계 구축을 제안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재발의를 환영하며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를 보다 명확히 해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다른 보건의료인과의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사가 지역사회 돌봄 사업을 독점할 것이고, 간호법안이 간호조무사를 고졸 학력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악의적 주장과 거짓 프레임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이르게 했다"며 "새롭게 발의된 법안은 불필요한 논쟁과 곡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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