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들 “응급의료체계에 끼워달라”…‘응급실 뺑뺑이’ 대안 될까

복지부,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추진…중증 응급 1시간안에 치료
큰 병원 응급실에만 몰리는 게 문제…의료전달체계 개편과 맞물려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 어디서나 중증응급환자는 1시간 안에 치료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지역 응급의료를 도맡은 중소병원과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병원 등이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서 그 취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 등 일부 중소병원·전문병원 병원장들은 민관협의체인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협의체'에서 중소병원·전문병원의 응급의료 체계 참여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중증응급 환자가 신속한 의료조치를 받을 수 있게 중증-중등증-경증 응급의료기관을 명확히 구분하고, 환자가 중증도에 맞게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대형병원 응급실에 심뇌혈관 등 중증 응급 환자부터 단순 타박상 등 경증 환자까지 다양한 환자와 일부 취객까지 뒤섞이면서 신속한 처치와 치료가 어려운 데다 경증 환자가 자리를 차지해, 중증 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전전하다가 끝내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3차, 38개)-일반응급의료센터(2차, 128개)-지역응급의료센터(1차, 238개) 등'으로 된 현재의 응급의료 체계를 '중증응급의료센터(중증센터)-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실 등'으로 바꾸면서, 중증센터를 60곳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중증센터는 모든 중증 응급질환에 대한 최종 치료 역량을 가진 기관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전문병원 등은 중증센터 확대가 오히려 모든 응급환자를 대형병원 응급실로 모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23년 1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모습. 2023.1.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이자 심장전문병원으로 특화된 부천세종병원의 박진식 이사장(심장내과 전문의)은 뉴스1과 통화에서 "대형병원이 응급환자가 몰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인데, 중증센터로 추가 지정한다고 응급실 뺑뺑이 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등은 새 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다. 이 곳에 오지 않아도 될 환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박 이사장은 "지역 응급의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기관이 볼 수 있는 응급환자가 수용돼야 상급병원들도 제대로 중증 응급환자를 맡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 권역센터(3차)·일반응급의료센터(2차) 내원 환자 수는 약 480만명인데 이들 중 비응급(4~5급)인 경증 환자가 51%에 달했다. 이들은 인근 지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았어도 된다.

중소병원협회는 복지부가 권역센터에서 진료 시 수가로 보상하겠다는 질환 목록의 70%가 지역 중소병원에서 충분히 처치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센터를 지원해 지역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해야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현장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소병원이면서 전문병원인 경우, 특화 전문 분야 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지역응급실보단 '전문 응급실'로서 특화된 전문 분야의 응급을 담당하고, 지역 내 협력체계를 유지해 지역 전문응급실과 중증센터가 서로를 보완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전국에 5개의 화상 전문병원이 있는데 그중 유일한 대학병원인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의 허준 병원장(화상외과 전문의)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일반 응급의료체계 내에서 충분히 진료가 제공되기 어려운 일부 특수질환 환자를 위한 전문 응급실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도 "전문병원들이 앞으로 특수 응급환자를 볼 수 있도록 지역 내 중증 응급의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에 몰려 꼭 필요한 중증 응급환자는 수용되지 못하는 일을 막고,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운영도 개선할 때"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대형병원 응급실 쏠림 문제는 응급실 차원 해결로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체계의 문제고, 국민 스스로 응급실 이용 필요 여부와 적정 응급의료기관을 판단하는 기능을 탑재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합리적인 방문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센터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화상, 수지 접합 같은 분야의 전문센터 확충안은 공감하고 내년이나 장기적으로 연구해 보려 한다"면서도 전문병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응급 상황에 사용할 자원이 많으면 좋긴 한데, 24시간 가동해야 한다는 개념에 맞게 더 논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