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계획 '의사·환자 부족' 초래…"지방의료 붕괴위기"

인천송도 연세의료원, 경기시흥 서울대병원 등 11곳 6600병상 구축
쏠림현상 가속화…정부 "지자체와 협의, 지역 불균형 해소하겠다"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 설립 계획 현황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대학병원의 분원설립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잇따르면서 지역의료 붕괴가 빨라지고 심해지리란 우려가 제기된다.

분원설립은 지방 환자는 물론 의료인력을 빨아들여 가뜩이나 구인난에 빠진 지방 병의원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만큼, 분원설립 제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건립을 추진 중인 대학병원 분원은 총 11곳으로 병상수는 6600개다.

신도시 개발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 환자 수요가 늘어나리란 기대가 반영됐다.

서울대병원은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에 800병상 규모 분원을 2027년 개원하겠다는 구상이고 서울아산병원과 연세의료원은 각각 인천 청라와 송도에 800병상 이상 분원을 세운다.

인천에 뿌리내린 가천대 길병원과 인하대병원은 각각 서울 송파 위례신도시(1000병상), 경기 김포(500병상)에 분원을 지어 세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경희대의료원은 경기 하남(500병상), 아주대의료원은 경기 평택과 파주(각 500병상), 고려대의료원은 경기 과천과 남양주(각 500병상), 한양대의료원은 경기 안산(병상수 미정)에 추진 중이다.

최근 20년이내 대학병원(분원 포함) 개설 현황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보다 앞서 을지대의료원은 2021년 3월 경기 의정부에 900병상 규모 병원을, 중앙대의료원은 2022년 3월 700병상 규모 병원을 각각 개원했다.

최근 20년간 전국에 개설된 대학병원은 총 16곳인데, 그중 절반이 넘는 9개가 수도권에 있다. 마련된 병원에 소속된 의사 수는 총 4298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1959명이 수도권에 근무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도권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리고 지역 간 의료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의료 불균형을 더 심해지리란 우려가 높다. 특히 지방 의료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할 수 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연 정책 포럼에서 "분원에 의사 수가 10% 더 필요할 텐데 지방 의사들의 10~15%가량이 올라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이 의원도 "일례로 광명 중앙대병원이 들어서면서 평촌 한림대병원 의사들이 대거 옮겨갔고 평촌 한림대병원은 병원급에 이어 충청권 의사들을 뽑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충청권도 비는데 여기는 사실상 준수도권이고 지방 의사들이 또 여기로 올라간다. 안 그래도 의사가 부족한 의료취약지에서 의사 부족 현상이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의료계 일각에서도 반대하는 모습이다.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을 몰락시키고 의료전달체계의 근간도 흔들어 무너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중소 종합병원 또는 중소병원장 단체인 대한병원장협의회는 "분원 증설 경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중소병원, 동네 의원의 목숨을 끊어 의료 생태계를 교란할 게 분명하다"고 호소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의료 공룡화로 대한민국 의료를 파괴할 것"이라며 "시설과 인력, 브랜드와 자본 면에서 압도적인 대학병원 분원과 지역 의료기관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지방 대학병원 교수진은 뉴스1에 "필요한 곳에 의사가 없는 문제는 양적인 면보다, 인력 재배치 측면 해결이 관건이다. 정부가 무조건 분원을 설립 승인해 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정원만 늘리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지방의대를 졸업하고 지방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공의가 되면 서울로 간다. 병상 구조가 불균형인 것도 문제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복지위 회의 중 김 의원의 질의에 "병상 확충은 허가제로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이라면서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자체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자체장들이 지역 병상 확충에 관심이 많아 협의가 어려운 부분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앞으로 지역별 불균형적 병상 분포를 해소하기 위해 '병상 수급 기본시책'을 세우며 광역자치단체와 협업하며 지역별 병상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