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중 교수 사망은 국가적 손실"…생전 필수의료 인력확보 고민도(종합)

"아버지 생명 15년 더 연장해주신 분" 환자·동료 애도 물결
"필수의료 근무환경과 안정성 문제 정부 보호대책 마련돼야"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교수에 대한 추모가 19일에도 이어졌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이 이어졌다. 의료계에서는 필수 의료 분야에 인력이 유입, 유지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주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1시20분쯤 서울아산병원 앞 아파트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해 전공의를 거쳐 1998년부터 이 병원에서 근무한 그는 대동맥이 찢어진 대동맥 박리 같은 대동맥 질환을 치료해 왔다.

응급 수술이 잦고 의사 인력이 많지 않은 분야로서 평소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 10분 거리에 살며 진료가 없는 날에도 온콜(on-call, 긴급대기) 상태로 환자들을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 교수가 과로를 걱정하는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환자 상태가 좋아져 기분이 좋다"였다고 한다.

주 교수는 양손을 다 사용하는 수술에 익숙해지려고 귀가 후에도 왼손 젓가락질·바느질 연습까지 했다. 생전에는 병원 소식지에 "장시간 수술이 버거울 때가 있지만, 환자가 극적으로 회복되면 힘들었던 것을 다 잊는다"고 썼으며, 술과 골프도 즐기지 않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 교수님이 저희 아버지 생명을 15년 더 연장해 주셨다"는 추모 글을 올린 누리꾼은 "2005년경 아버지가 대동맥류 심장질환으로 쓰다. 당시 유일하게 수술이 가능했던 교수님을 찾아 응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매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교수님을 보면서 내 눈에 살아있는 신은 예수님, 부처님이 아니라 주석중 교수님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까지 수백, 수천 명을 살렸고 앞으로도 수천 명을 살리셔야 할 분이 이렇게 떠나셨다는 게 속상하다"고 애도했다.

이 밖에도 "엄마의 심장 인공 판막 수술을 맡아주셨던 교수님의 사망 소식에 가슴이 미어진다. 환자 고통을 내 아픔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셨던 분" "나의 목숨을 살려줬던 은인" "수술을 두려워하던 제게 많은 격려와 힘을 주셨던 분" 등의 글이 올라왔다.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조화 등 수십 개가 놓여 있고 주 교수에게 진료를 받아온 환자들은 함께 조문을 오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조문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유족 허락 하에 다녀갔다"고 전했다. 주 교수가 담당하던 환자들의 진료는 세부 전공이 같은 다른 교수들이 넘겨받을 계획이다.

이번 일에 대해 의료계는 애도와 위로를 전하며 필수 의료 분야에 인력이 유입, 유지될 방안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 교수는 흉부외과가 고생스럽고 위험 부담이 큰일이지만 꼭 필요한 분야인 만큼 어떻게 하면 인재를 더 모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흉부외과 전문의)은 페이스북에 "주 교수처럼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발전을 이뤄내는 조용한 영웅들에 의해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라며 "'탁월하고 훌륭한'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한 인재의 부재로 인해 누군가는 살아날 수 있는 소생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의사협회도 19일 "해당 전공의 지원자들이 급감해 온 현실에서 주 교수 같은 인재를 잃은 것은 의료계를 넘어 국가적으로 매우 막대한 손실"이라며 "필수 의료 분야 인력 근무환경과 안정성 문제에 대해 사회의 관심은 물론, 정부의 명확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무작정 의대생의 정원을 확대할 게 아니라 필수 의료 분야에 인력이 유입되고 유지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인 장례는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 오전 9시, 장지는 벽제 용미리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