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金채소‧金겹살, 밥만 먹어야"…무서운 추석물가에 장보기 포기
치솟은 물가에 시장 왔다 발길 돌리는 시민들
식용유 1통 2만→7만원…상인들도 "힘들어요"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말도 못 해요. 1만원 하던 게 2만원, 2만5000원 해요. 한 단에 2000원 하던 열무가 오늘은 5000원을 넘었네요."
지갑 꺼내기 무섭게 오른 물가에 장 보는 걸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보였다. 이 때문인지 24일 찾은 상도시장과 남성사계시장은 추석을 앞두고도 생동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장 상인은 식자잿값 부담에 음식가격 조정을 고민하다가도 손님 발길이 끊길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오를 대로 오른 물가에 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상인 모두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요 식자잿값이 급등한 게 가장 큰 부담이다.
이날 상도시장을 찾은 김모씨(83·여)는 콩나물 1000원어치만 사서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김치랑 밥만 먹고 있다"며 "너무 비싸서 반찬 해먹는 것도 무섭다"고 말했다.
남성사계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던 임모씨(62·여) 역시 "소고기는 엄두도 못 내고 돼지고기를 사려 했는데 이마저도 너무 비싸다"고 전했다.
돼지고기의 경우 수입산 할당관세 0% 적용에도 지난달에만 가격이 9.9% 올랐다. 같은 기간 수입 소고기 가격은 24.7% 오르며 밥상 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시장 상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오른 재료비만큼 음식가격을 올리려 해도 손님 발길이 줄어드는 게 걱정이다. 이를 우려한 상당수 상인들은 마진을 줄이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상도전통시장 분식집 사장 손씨(65·남)는 "가뜩이나 손님이 줄었는데 가격을 올려 받으면 장사가 더 안 된다"며 "옥수수 가격이 너무 비싸 강원도에 직접 가서 따내 삶아 팔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남성사계전통시장에서 찜닭 가게를 운영하는 오모씨(43·남)는 "다 올랐다"며 "소비자들 저항 때문에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참고 있다"고 전했다.
추석을 3주 앞두고 이같은 밥상 물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가 추석 차례상 품목 구입비용(4인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서는 30만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 때 필요비용인 2만6500원과 비교해 10%가량 더 높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4% 오르며 198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같은 기간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는 채소 25.9%, 과실 7.4%, 축산물 6.5%, 수산물 3.5%, 가공식품 8.2%로 일제히 올랐다. 곡물 가격이 내리긴 했지만 식료품 전반 물가 대부분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상도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씨(59‧남)는 "식용유 18리터 한 통에 2만원을 조금 넘었는데 지금은 7만원까지 올랐다"며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 목적으로 내놓은 650억원 규모의 할인쿠폰 대책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제로페이 농할상품권을 30% 할인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국내산 농축산물을 판매하는 지정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사용처가 전국 상인연합회가 지정한 시장 상점으로 한정되다 보니 실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과일가게 사장 윤모씨(65·남)는 "정부의 추석 할인쿠폰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용처도 많지 않아 물가 자체를 잡기는 역부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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