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위기' 영동, 알고보니 뜨는 '관광지'였네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 효과 톡톡…인구 넘은 발급자 수
신상 호텔부터 와이너리 체험까지 할인

지난해 7월 개관한 일라이트 호텔ⓒ News1 윤슬빈 기자

(충북=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 '충청북도 영동군'이 몰려드는 '관광주민'으로 들썩이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신규 관광 사업인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내놓았는데 이와 관련해 '영동'이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일종의 '명예 주민증'으로 총 34곳 지역에서 주민증을 발급하면 관광지나 숙박시설, 식당, 카페 등에서 지역민 부럽지 않은 할인 또는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재, 해당 관광주민증을 발급하는 지역은 총 34곳으로 총발급자 수는 무려 284만 명을 돌파했다. 그중 영동군의 경우 올해 신규로 참여한 19개 지역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을 기록했다. 관광주민증 발급자 수는 정주 인구 수를 훌쩍 넘어섰다.

관광주민증을 들고 '충북 영동'을 방문해 봤다. 신상 호텔과 힐링 센터를 포함해 총 33개 업장을 고물가 시대에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에서 발급한 디지털 관광주민증ⓒ News1 윤슬빈 기자

◇ 사망자는 54명, 출생자 3명…인구소멸지 '영동'

영동은 1970년대 만해도 인구수가 17만 명으로 전국 '군' 중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인구 소멸 현상을 겪으면서 현재 인구수는 4만 3000명까지 뚝 떨어졌다.

영동군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출생자는 3명인 반면, 사망자는 54명으로 인구 유입이 시급한 상황에 놓였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영동군에서 다방면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다.

올해 5월부터는 결혼, 임신, 출산, 양육, 교육 등 생애 주기별 필요한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1억원 성장 프로젝트'를 내놓기도 했다.

이어 6월에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도입하면서 인구 유입량이 늘어난 것이다. 3개월 사이 관광주민증 발급자 수는 정주 인구 수보다 무려 126%나 많은 5만 4987명을 기록했다.

김영환 영동군 주무관은 "디지털 관광주민증 같은 지원 사업이 절실했다"며 "관광주민이 필요로 하는 관광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생활인구 유입과 체류기간 확대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레인보우 힐링센터 2층엔 자리한 빛의 정원. 영동군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대지, 바람, 산 등을 주제로 한 총 3개의 작품이 설치된 공간으로 인증샷을 남기기 좋다.ⓒ News1 윤슬빈 기자

◇ 신상 호텔에 힐링센터를 이 가격에?

영동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약 175만㎡(53만 평) 부지에 건강 휴양 복합관광지인 '레인보우 힐링관광지'가 조성돼 있는데 '디지털 관광주민증'만 있으면 온통 할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관이 공동 투자한 관광지로 투입한 투자액만 2700억 원에 달한다.

이 관광지 안엔 유명한 영동와인터널과 복합문화예술회관이 먼저 들어섰고 지난해 레인보우 힐링센터와 일라이트 호텔이 개관했다. 향후 전망대, 둘레길도 조성될 예정이다.

일라이트 광물로 만든 힐링 의자ⓒ News1 윤슬빈 기자
지하 1층에 자리한 힐링풋스파에 깔린 일라이트 광물ⓒ News1 윤슬빈 기자

관광지 내 단연 핫플은 올해 4월에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우수 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된 '레인보우 힐링센터'이다.

미술관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건축물에 일라이트 광물을 활용한 각종 웰니스 체험은 물론, 인증샷 찍기 좋은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M층에 자리한 '개인 힐링존'이다. 편백, 참숯, 일라이트 등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힐링을 즐길 수 있다. 일라이트 바닥으로 만들어진 뜨끈한 평상은 어르신들에게 더 인기다.

일라이트는 영동군에 세계 최대 규모가 매장되어 있는 신비의 광물로 항균 효과와 정화작용에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일라이트 호텔에 자리한 인피니티 풀ⓒ News1 윤슬빈 기자

힐링센터 옆엔 일라이트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영동에 있는 유일한 호텔로 '체류형 관광 휴양지'로 조성해 골프장과 인피니티풀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이 있으면 힐링센터와 호텔 모두 할인받을 수 있다. 힐링센터 입장료는 기존 1만 원에서 7000원이며 호텔의 경우 전 객실 30% 및 조식 10% 할인에 영동와인터널 입장권도 준다.

영동 와인터널 입구ⓒ News1 윤슬빈 기자

◇ 20~30대가 몰려드는 와인 체험

영동하면 와인 체험이 빠질 수 없다. 와인 투어하면 유럽이나 미국, 호주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국내에서도 가능하다.

영동군은 전국 포도밭의 7.5%(충북의 73.7%)인 962헥타르의 포도가 재배되는 주산지다. 국내 100곳의 농장형 와이너리 중 34곳이 영동에 있다. 2005년엔 국내 유일의 포도·와인산업특구로 지정되기도 했을 정도로 '와인의 고장'이다.

터널 막바지에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을 구매하거나 시음할 수 있는 시음존이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영동에 자리한 와이너리들을 그린 지도ⓒ News1 윤슬빈 기자

영동 와인 투어의 필수 목적지는 '영동 와인터널'이다.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초입에 자리한 와인터널은 길이 420m, 폭 4~12m, 높이 4~8m로 이뤄진 인공 터널로 사시사철 내부 온도가 25도 정도의 서늘함을 유지한다.

터널 내엔 와인 문화관을 비롯해 영동 와인관, 세계 와인관, 환상 터널, 영화 속 와인 등 10개 공간으로 이뤄져 있고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시음도 가능하다.

와인터널 입장료는 관광주민증을 제시하면 기존 5000원에서 할인된 3000원이다. 일라이트 호텔 투숙객은 무료이다. 와인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500원 할인해 준다.

시나브로 와이너리에서 선보이는 와인들ⓒ News1 윤슬빈 기자
나르샤 품종을 이용한 와인만들기 체험ⓒ News1 윤슬빈 기자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를 방문해 와인 만들기와 시음을 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시나브로 와이너리'이다. 청수, 청포랑, 나르샤, 머루,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재배해 모두 양조용으로 소비하는 와이너리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포도 품종인 '청수'로 만든 '시나브로 청수 화이트'는 베를린 와인트로피 실버상 외에 국내외 유명 주류 품평회에서 연이어 수상한 바 있다.

이곳이 한 달 전, 디지털관광주민증에 참여하면서 20~30대 방문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성옥 시나브로 와이너리 공동 대표는 "QR 기기를 설치하기도 전에 어떻게 사람들이 알고 찾아왔다"며 "한 달간 단체 여행객을 제외하고 개별객만 250명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30대 유입이 잘 되고 있다"며 "시대가 바뀌는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와인·뱅쇼·샹그리아 만들기와 시음 체험을 운영하는 데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제시하면 10% 할인해 준다.

이밖에 영동 중심부에 자리한 영동 전통시장을 비롯해 33개 업장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또는 애플리케이션에 하면 된다. 나의 거주지를 등록한 후, 떠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신청하면 바로 발급받을 수 있으며 발급지는 중복해서 선택해도 된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