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행복해도 되나요" 찐 한국팬, 막걸리 원샷에 댄스 삼매경

해외 한국 찐팬 49명, 4박 5일간 한국여행 즐겨
총 23명 일반인 참가자 응모에 7만7000명 몰려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케이팝 댄스 클래스에 참여한 외국인 한국 찐팬들ⓒ 뉴스1 윤슬빈 기자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미국 아이유 할아버지, 필리핀 국민배우, 남미 지역 아이콘(IKON) 팬클럽 회장, 20년 만에 수학여행지를 찾은 여고동창생 등 나이, 성별, 국적을 불문한 해외 한국 '찐팬'(진짜 팬) 49명이 K-팝 댄스 삼매경에 빠졌다.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초청으로 '인바이트유'(KOREA invites U) 행사에 참여한 한국 찐팬들은 투어스(TWS)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댄스 배우기에 한창이었다.

해당 노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댄스 챌린지로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강좌는 이 노래의 안무를 맡은 최영준 원밀리언 수석 안무가가 맡았다.

인바이트유 참가자 단체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 세계 한국 찐팬 초청 행사…7만 7000명 응모

'인바이트유'(KOREA invites U) 행사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지닌 해외 현지 거주 외국인을 초청해 4박 5일간 여행을 통해 '찐 한국'의 매력을 체험하게 하는 행사다.

49명 가운데 일반인 참가자는 23명인데 이는 사연을 통해 선정했다. 사연에 응모한 이들만 무려 7만 7000명이다. 관광공사와 문체부는 총 4단계의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선발했다.

행사의 대표 일정은 21일 공식 환영행사와 22~23일 1박 2일에 걸친 맞춤형 방한관광이다. 서울 3팀, 부산 1팀, 전주 1팀으로 나뉜다. 이날 진행한 K-팝 댄스 클래스는 공식 일정에 포함된다.

아이유 찐팬으로 알려진 백발의 미국 할아버지 제브 라테트 씨ⓒ 뉴스1 윤슬빈 기자

◇ 美 아이유 할아버지·필리핀 국민 배우 "한국 너무 좋아요"이번 행사엔 최근 미국 아이유 할아버지로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은 제브 라테트 씨(76)도 참여했다.

그는 '찐 아이유 팬'이자, '찐 한국팬'이다. 3개월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제브 더즈 케이드라마'(Zev Does KDrama·구독자 1만 3400명)에 올린 '유애나에 어떻게 가입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 있나요?'(Does anyone know how i can join UAENA?)라는 제목의 영상이 아이유에게 닿으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아이유가 자신의 SNS에 제브 씨의 영상을 캡처해 "할아버지의 영상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요. 나도 오랫동안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당신의 웃음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미국에서 열릴 제 공연에 초청하고 싶어요"라고 올렸다. 실제 아이유는 미국 콘서트에 제브 씨를 초대할 예정이다.

제브 씨는 "특별한 언어인 한국어를 하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기회라서 매우 기쁘다"며 "집에서 해물순두부찌개 등 한국 음식도 즐겨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전통적인 건축도 보고 싶고 노상 포장마차에 앉아 매운 음식도 먹고 싶은데 특히 한국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다"며 "한국의 웨딩드레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필리핀의 유명 코미디언이자 배우 멜라이 칸티베로스 프란시스코ⓒ 뉴스1 윤슬빈 기자
방탄소년단(BTS) 팬으로 이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 14.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인 인도에서 온 프리야 씨(22)와 그의 여동생ⓒ 뉴스1 윤슬빈 기자

유명 코미디언 겸 배우로 필리핀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멜라이 칸티베로스 프란시스코 씨(36도 행사에 함께한다. 그는 남편 제이슨 씨(37)와 딸 멜라(10), 스텔라(7) 양과 함께 한국 여행을 즐긴다.

멜라이 씨는 현재 필리핀 인기 TV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맘 취프'에 출연해 '2023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2023 Asia Artist Awards)에서 최우수 배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다. 이날 오전엔 한국관광공사가 멜라이를 방한 가족여행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멜라이 씨는 "우리 가족은 한국의 환대에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홍보대사로서 필리핀 사람들에게 한국이 얼마나 훌륭한지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K-팝 열혈 팬인 자녀들과 댄스 클래스를 수강하고 홍대에서는 쇼핑을 즐길 계획이다. 어머니와는 헤어 메이크업 및 스파를 체험하며 한국 스타일의 가족 스냅사진도 찍는다. 멜라이 가족의 한국 여행기는 6월 멜라이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으로 암을 극복한 코스타리카에서 방문한 조르지아나 씨(44)는 한국 여행이 이번이 세 번째이다. 그는 K-팝 아이돌 아이콘(IKON)의 남미 지역 팬클럽 회장이기도 하다.

조르지아나 씨는 "한국에 와서 K-뷰티나 음식뿐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lol)도 즐긴다"며 "이를 틱톡이나 유튜브에 올릴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남미에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멕시코 등 남미 지역에 있는 아이콘 팬클럽들이 약 1만 500명 정도 된다"며 "이들과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기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선보인 한식 코스 요리 ⓒ 뉴스1 윤슬빈 기자
서울 용산구 교촌필방에서 한국 양념치킨을 체험하고 있는 참가자들(한국관광공사 제공)

◇ 막걸리부터 치맥까지 "너무 맛있어요"

이번 행사 참여객들은 마치 말을 맞춘 듯 한국 음식 사랑을 마구 드러냈다. 이날 한국관광공사가 공식 환영 행사를 진행한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한식 코스'를 준비했다.

계절죽으로 시작해 연어와 관자, 오색 궁중 잡채, 부추 겉절이와 모둠 전, 활어회 2종, 왕새우 구이, 완도산 활전복 초, 은대구 구이, 구운 통마늘과 한우 등심 구이, 수삼 갈비찜, 진지와 국, 과일·떡·전통차와 함께 막걸리를 곁들였다.

다들 어디서 배운 것인지 젓가락질도 능숙했다. 인도에서 여동생과 함께 온 프리야는 "7년 전 K-드라마를 접한 후 밥도 안 먹을 만큼 푹 빠졌다"며 "점점 빠지다 보니 한국에 오고 싶어졌고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 14만 2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 한식과 한국 드라마 애호가다. 이날 마지막 일정은 서울 용산구 교촌필방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으로 마무리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