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특급호텔도 "칫솔 500원"…일회용품 사라진 호텔 가보니
일회용품 규제 시작된 호텔…어메니티 대신 '판매 안내문'
전 객실 정수기 설치도…ESG 활동 열 올리는 호텔업계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칫솔이 필요하신 고객님들은 프런트를 찾아주세요. 가격은 500원입니다."
호텔 객실에 들어선 투숙객을 기분 좋게 하는 요소 중 하나, 바로 어메니티다. 칫솔, 치약과 같은 필수품은 물론 간단한 화장품까지 일회용으로 소포장해 '소장 욕구'를 자극하곤 했다. 여행을 떠날 때 번거롭게 세면도구를 챙기지 않아도 돼 편리하게 이용했던 용품들이다.
하지만 29일부터 일회용 어메니티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돼 50실 이상 보유한 호텔에서 일회용품을 무료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시행되면서다.
대규모 호텔은 29일부터 일회용 어메니티를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에 호텔업계는 분주하게 '친환경 전환'에 나섰다.
◇어메니티 있던 자리엔 '환경 보호 동참' 안내문
규제를 앞두고 직접 찾은 서울 영등포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14층에 위치한 디럭스 객실로 들어서자 오른편엔 환한 조명의 욕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면대 한편에는 긴 안내문이 적힌 소형 패널이 놓였다.
안내문에는 "자원재활용법에 의해 50객실 이상 보유한 호텔은 일회용 개인 위생용품을 무상 제공할 수 없다"며 "면도기와 칫솔 및 치약을 프런트에서 유상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환경 보호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혔다.
안내문이 놓인 자리는 원래 칫솔, 치약, 면도기 등 어메니티가 가지런히 놓여 있던 자리다. 호텔은 규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해당 안내문을 설치하고 29일부터는 모든 객실에서 어메니티를 뺐다. 호텔 측은 5층에 위치한 프런트에서 500원가량에 일회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트야드 관계자는 "일부 불편을 느끼시는 고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고객들에게 친환경 제품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회용 샴푸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는 호텔은 샤워부스에 대용량 디스펜서를 설치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도 객실 샤워부스에 샴푸와 컨디셔너, 샤워젤을 담은 디스펜서를 벽에 부착해 뒀다. 호텔은 지난해 모든 객실에 디스펜서 설치를 마쳤다.
◇객실마다 정수기가?…선제적 ESG 활동 나선 호텔들
보다 공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펼치는 호텔들은 객실에서 페트병도 없앴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도 그중 하나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는 283개 모든 객실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제품은 코웨이(021240)의 '나노 직수' 미니 정수기로 객실 비품이 놓인 바 테이블에 설치됐다. 전기 공급이 필요 없는 무전원 제품으로 객실 키를 꽂아야만 전원이 공급되는 호텔에 적합한 제품이다.
다만 외국인 투숙객들은 아직 객실 정수기 사용이 익숙지 않아 사용률은 다소 떨어지고 있다. 각 층에 1대씩 정수기를 설치한 호텔은 많았지만, 전 객실에 정수기를 둔 것은 이례적이다. 호텔 측은 정수기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안내문을 제작해 기기에 부착할 예정이다.
코트야드 관계자는 "페트병은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선제적인 ESG 경영 차원에서 모든 객실에 설치하게 된 것"이라며 "직원과 투숙객들 모두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외에 같은 메리어트 계열의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도 코웨이와 렌털 계약을 맺고 전 객실에 정수기 설치를 마쳤다.
이번 환경 규제와 호텔 측 응대에 대해 한 투숙객은 "어메니티가 없어진 점은 일부 아쉽기도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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