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3사, 사상 첫 동반적자 우려…EU 탄소규제 완화까지 겹악재

LG엔솔, 4분기 2천억 손실…삼성SDI·SK온도 적자 전망
"美·유럽 재고조정 여파"…EU, 완성차 CO2 벌금 완화 움직임

지난해 6월 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관람객들이 4695 원통형 배터리를 장착한 4륜구동 완성차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자료사진) 2024.6.2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에 고전해 온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 사상 첫 동반 적자를 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재고 조정과 메탈가 하락 등으로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보릿고개가 길어지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024년 4분기 연결 기준 2255억 원의 영업손실을 잠정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9.4% 감소한 6조 45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적자 전환을 예상해 왔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용 전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지 모두 예상 대비 약한 수요로 판매가 부진했고 수익성이 좋은 GM(제너럴모터스) 판매 역시 전 분기 대비 33% 둔화하면서 마진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캐즘으로 수요가 부진한 데다 리튬·니켈 등 원자재 가격도 낮게 형성되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더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계속되면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도 줄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AMPC는 3773억 원으로 직전 분기 4660억 원 대비 상당폭 감소했다.

SK온과 삼성SDI(006400)에 대한 증권사들의 시각도 대체로 비슷하다. SK온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AMPC 의존도가 높아 캐즘 국면에서 AMPC 없이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온에 대해 "최근 고객사의 연말 재고 조정 영향으로 기존 판매량 회복이 크게 더뎌지고 이에 따라 AMPC도 회복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2004억 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삼성SDI는 경쟁사들에 비해 영업이익에서 AMPC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유럽 시장부진으로 마찬가지로 적자가 예상된다. 삼성SDI 컨센서스는 9일 기준 575억 원의 영업이익이지만 다수 증권사가 최근 최대 2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예상하는 리포트를 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주요 고객사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으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고 있고 2024년 10월 스텔란티스의 지프 19만 대 대상의 배터리 리콜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2590억 원의 영업손실을 추정했다.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창립한 SK온이 등장한 2021년 4분기 이래 3사가 분기 기준 동반 적자를 기록한 사례는 없다. SK온은 지난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캐즘 속에서도 실적을 방어하며 흑자를 기록해 왔다.

앞으로도 분위기는 좋지 않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등장으로 인한 전기차 보조금 축소 가능성에 더해 최근엔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시행되는 완성차 탄소 배출량 규제 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올 한해 업계의 실적 개선 역시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EU는 당초 올해부터 신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한선을 킬로미터(㎞)당 95g에서 93.6g으로 낮추고 그램(g)당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었다. 다만 업계에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자동차 업계가 이달 중 간담회에서 만난 이후 벌금을 낮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창민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지원 정책 철폐 우려 외에 유럽 수요 가시성마저 낮아졌다"며 "탄소 배출 규제가 완화되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서둘러야 할 니즈가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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