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모두 "내가 최초" 신경전…지속가능항공유 경쟁 총성

1월 EU 역내 공항서 SAF 2% 혼유 의무화로 시장 확대 본격화
기존 정제 업황 악화에 신사업 개척…설비투자 확대될 듯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객기 자료사진. 2023.7.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업 진출을 두고 모두 '최초'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SAF 시장이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이달 초 유럽에 SAF를 수출했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부터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의 생산 라인을 갖추고 SAF 사업 생산을 시작한 바 있다.

SAF는 폐식용유나 동물성 지방, 옥수수 같은 바이오원료를 활용해 만든 항공유로, 화석연료 기반인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저감할 수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는 유럽연합(EU)이 EU 역내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최소 2%의 SAF를 혼합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SAF 혼유 의무화가 확산되면서 SAF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유 4사는 지난해부터 SAF 전용 라인을 갖추고 생산 및 공급을 시작하면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인 만큼 모두 '최초 공급'을 내세우는 등 은근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지난해 6월 일본 전일본공수(ANA)에 공급을 시작한 HD현대오일뱅크는 첫 수출을, 에쓰오일(S-OIL)(010950)은 지난해 9월 대한항공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공항 출발 상용운항 정기노선 여객기 첫 공급을 각각 내세웠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SAF 일본 수출을 알리며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CORSIA(국제항공 탄소감축·상쇄제도) 인증을 받은 SAF를 수출한 점을 강조했다. SK에너지도 역시 유럽 첫 수출에 의미를 부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사가 SAF 최초 공급 타이틀을 두고 기싸움이 펼쳐지는 상황"이라며 "그간 사실상 과점 체제였던 업계 특성상 지금 같은 경쟁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가 SAF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기존 정제 사업이 중국 등 주요국의 수요 부진으로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3분기 1조 50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AF 의무화 확대로 인해 업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7억 4550만 달러 수준에 그쳤던 SAF 시장은 2027년 215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 급유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할 계획이다.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SAF 투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GS칼텍스는 여타 정유 3사와 달리 아직 SAF 직접 생산 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다.

SAF 생산을 위한 폐식용유 등 바이오원료를 공급하고 있는 DS단석은 2028년까지 군산 1공장 앞 부지에 연산 30만 톤 규모의 SAF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HVO(수소첨가바이오디젤) 플랜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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