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13회 운항' 쉴 틈 없었던 사고기…월평균 418시간 굴린 제주항공
[무안 제주항공 참사] 400시간 이상, 국적사 중 유일…국토부 "감독 강화"
한국판 사우스웨스트 꿈꾼 제주항공…기재부족에 항공기 운항 늘어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제주항공의 여객기가 다른 국적사 대비 높게 가동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항공사 6곳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089590)의 지난 3분기 기준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은 418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394시간보다도 늘어난 수치며,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400시간을 넘긴 것이다. 월평균 가동시간은 총 유상 비행시간에서 비행기 대수를 나눠 계산한다.
장거리 노선이 많은 대형 항공사(FSC)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운항 시간은 355시간, 335시간이다. 장거리 노선이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이 386시간이고, 사업모델이 같은 중단거리 위주의 진에어(371시간)와 에어부산(340시간)도 제주항공보다 낮다.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수치에 근거해 제주항공이 수익성을 위해 항공기를 혹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가동률이 높은 것은 통계로 나오는 수치"라며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8개 국적 항공사 가운데 항공기 평균 기령도 가장 높았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평균 기령은 14.4년으로 FSC인 대한항공(11.4년), 아시아나항공(12.3년)보다 2~3년 많았다. 같은 LCC인 티웨이항공(13.0년), 진에어(2.7년) 에어부산(9.7년) 등보다 많게는 4년 가까이 더 오래됐다.
이번 사고 기종인 B737-800(HL8088)도 최근 48시간 동안 13차례를 운항했다. 민간 항로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FR)24에 따르면 HL8088은 오전에 나가사키, 오후에 타이베이를 오간 후 방콕 혹은 코타키나발루를 늦은 저녁에 다녀오는 스케줄에 투입됐다.
이에 제주항공은 "B737-800은 이착륙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는 있지만 장거리 노선을 가는 항공기는 아니다"라며 "무리한 운항은 절대 할 수 없다. 정비를 한치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주항공이 중·단거리에서 다른 항공사에 비해 많은 운항시간을 유지한 것은 사업모델과도 연관이 깊다. 제주항공은 LCC 사업 모델의 시초라고 평가받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국내에서도 가장 많이 따르고 있는 항공사다.
2시간 이내의 단거리 운행, B737 단일 기단, 비행기 회전율 극대화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우스웨스트의 10가지 철칙'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B737만 무려 817대를 운용하는 사우스웨스트 등 메가LCC와는 달리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마저도 기단이 41대에 불과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항공정보포털시스템 기준으로 여객기가 69대인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11월 누적 운항편수는 5만 3915편, 제주항공은 4만 8642편이다. 반면 각각 38대, 31대인 티웨이항공(3만 3267편)과 진에어(2만 9416편)는 차이가 있다.
이같은 고질적인 기재 부족이 결국 여객기 운항 시간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중 처음으로 5조 원을 투입해 B737-8, 50대를 직접 구매했지만, 납품 지연 등 여파로 아직 2대밖에 인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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