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불끈 롯데케미칼, 트럼프 2기 업고 '흑자전환' 앞당긴다

러·우 전쟁 종결시 러시아산 저가 나프타 수입 가능…원가 절감 효과
정부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도 기대…나프타 무관세 1년 연장 호재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롯데케미칼(011170)이 2조 원에 달하는 회사채 리스크를 지우고 재무 불안 우려를 일부 씻어냈다. 롯데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에 추가하는 정면돌파 의지로 채권자 설득에 성공했다. 앞으로 채권자뿐 아니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적자에 빠진 실적의 정상화가 필수다. 정부가 내놓은 석유화학 지원책과 트럼프 2기 정책 이점을 활용한다면 정상 궤도 진입은 빨리질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롯데케미칼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진행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14개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 조정을 모두 가결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에 추가하는 특단의 조치로 채권자 설득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조기상환 위기의 단초가 됐던 '3개년 누적 평균 이자보상배율(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자 비용)을 5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빠졌다.

롯데케미칼의 지난 9월 말 기준 'EBITDA/이자 비용'은 4.3배에 그쳤다. 누적된 실적 부진으로 현금 유동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3477억 원에 이어 올해 3분기 누적적자만 6600억 원에 달했다. EOD 사유가 발생했던 회사채 발행 잔액은 2조 450억 원 규모다.

일단 단기적으로 재무 관련 우려는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EOD가 선언되면 사채권자가 회사채 만기 이전에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 회사 측 재무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부진한 실적 회복은 과제다. 올해 전체 영업손실은 당연한 수순으로 3년 연속 적자는 불가피하다. 체질 개선이 없다면 채권자의 불신은 계속될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호재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언급하고 있다. 러시아 전쟁이 종결된다면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은 요동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중국은 경제 제재를 받는 값싼 러시아 나프타를 수입해 원가를 낮추고 있다. 제재가 풀린다면 한국 역시 러시아산을 공식적으로 수입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한국이 수입한 러시아 나프타는 총 696만 2550톤으로, 수입량의 24%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다른 나라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이 트럼프 고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내수 소비 확대는 국내 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전날(23일) 정부가 내놓은 3조 원의 정책금융자금 지원과 인센티브 등을 담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NCC(나프타 분해시설)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나프타 무관세 1년 연장에 따른 원가 절감을 얻게 된다. 정책금융자금을 활용해 설비투자와 R&D(연구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롯데케미칼의 내년 흑자전환을 예상한다. 다만 중국의 증설에다 중동까지 석유화학 사업에 뛰어들면서 어려운 업황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에선 내년에도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업성 낮은 사업을 줄이고 스페셜티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