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악몽' 8년전과 달라도 경제체력은 더 안좋아…침통한 재계
[탄핵 가결] "박근혜 때처럼 대기업 직접 연루는 없어…경영 여건은 악화"
韓 성장률 줄줄이 하향조정…몸 낮춘 재계 "중요 의사결정 어려워"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8년 만에 재계에 '탄핵 트라우마'가 엄습했다. 총수들이 정경유착 의혹으로 발이 묶였던 국정농단 탄핵과는 결이 다르지만, 글로벌 경기와 국내 경제체력이 어느 때보다 악화한 시점이어서 재계에 미칠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기업은 물론 한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환율 및 증권시장과 계열사 사업에 미칠 영향을 파악 중이다.
SK·LG·HD현대 등 재계는 앞서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이었던 지난 4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상태를 점검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직후 최고 40원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은 최근 1400원 초·중반대를 횡보 중이다.
재계는 8년 전 탄핵 사태와 비교했을 때, 탄핵정국에서 한발 비켜섰다는 점에선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사유의 한 축이었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문제로 10대 그룹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에 소환되고, 일부는 법정에 서는 등 재계도 유탄을 맞았다.
다만 탄핵정국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몸을 낮추고 동선을 최소화한다는 기조가 재계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파장도 가늠하기 어려운데, 탄핵발 정국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며 "당분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신년사와 경제계 신년인사회 등 경제단체장으로서의 연례 업무는 그대로 수행할 예정이지만, SK그룹 내 일정은 특별히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이 경영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튀는 행동'을 하지도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SK·한화 등 총수들은 대체로 그룹 경영진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조용한 새해 경영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진짜 문제는 탄핵정국을 버틸 '경제체력'이 8년 전보다 훨씬 약해졌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 이후부터 비상계엄 전까지 발표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2.0%, 아시아개발은행(ADB) 2.0%, 한국은행 1.9% 등 이미 2% 마지노선이 뚫린 상황이다.
이는 대통령 직무정지 등 탄핵에 따른 '리더십 공백' 변수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당장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관세와 반도체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대응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8년 전 박근혜 탄핵정국) 당시와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이 훨씬 더 약화했다는 것이 본원적 문제"라며 "거시경제 지표나 국가 신뢰도가 8년 전보다 훨씬 좋지 않기 때문에 환율 인상이나 증시 변동에 더 취약한 구조가 됐고, (탄핵정국으로 인한) 충격파는 훨씬 클 수 있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비상 경제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국회는 현명하고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초당적 차원에서 여야 간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경협 관계자도 "이번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공백이 빠르게 해소돼 대외신인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며 "지금은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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