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관세장벽' 뚫는 中 전기차·배터리…韓 "유럽시장 사수" 비상
CATL, 스페인에 추가 공장…BYD, 완성차 현지생산 늘려 관세 우회
K-배터리 점유율 하락에 위기감…"EU 규제 강화 시 기회" 전망도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시장 침투에 맞서 관세 장벽을 높이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전략이다.
15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최근 세계 4위 완성차 제조업체인 유럽·미국의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연산 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시설로 총 41억 유로(약 6억 1500억 원)를 투입한다.
세계 1위 배터리 제조 업체인 CATL의 세 번째 유럽 공장이다. 독일에 세운 첫 공장에서 연 14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데브레첸에 100GWh 규모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세계 2위 배터리 제조 업체이자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에 연산 20만 대, 튀르키예에 연산 15만 대의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현지 진출은 유럽연합의 대 중국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7.8~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 수출을 늘리는 방식도 동원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난관을 겪고 있고, 자국 전기차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정부가 보조금 지원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유럽 시장 확대가 더욱 절실하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달 개최된 중국 중앙 정치국회의 및 경제공작회의에서 확인된 2025년 중국 경제 정책 기조에 대해 "악성 가격 경쟁에 대한 종합적인 통제 및 정비를 처음으로 직접 명시했다"며 "배터리와 전기차 등 분야의 정책 기조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미국 생산과 유럽 시장을 토대로 실적 회복을 기대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에 중국의 유럽 공략 확대는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하에서 미국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축소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다 유럽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와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EU 점유율은 2021년 70.6%에서 2023년 54.9%로 줄었다. 반면 중국 업계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2.6%에서 41.4%로 확대했다.
다만 중국의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유럽 국가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EU 당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배터리 업계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프랑스와 독일, 스웨덴은 지난달 말 EU 집행위를 향해 중국 배터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도하던 유럽 시장에서 올해 연말 기준으로는 중국이 선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중국의 (유럽) 역내 진출이 늘어나면 그만큼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EU가 배터리 제조를 철저히 역내 중심으로 가져가는 정책을 세운다면 이는 국내와 중국 배터리 간의 가격 경쟁력 격차를 대폭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허용 수준을 전략적으로 결정한다면 유력한 대안인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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