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기 타고 오로라·피라미드 좋지만…항공권 비싸지면 어쩌나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으로 그간 운항하지 않았던 신규 노선이 등장할 전망이다. 양사의 중복 노선은 운항 시간대를 분산하는 등 순기능이 기대된다. 다만 '공룡 항공사'의 등장에 따른 운임 인상 우려는 대한항공이 풀어야 할 과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북유럽 3개국(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운수권을 각각 주 4회, 주 2회씩 배분받았다.

북유럽 운수권은 항공사가 3개국 중 선택해 취항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예컨대 대한항공이 주 4회 운수권을 활용해 덴마크에 주 2회, 스웨덴 주 1회, 노르웨이에 주 1회를 띄울 수도 있는 것이다.

양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취항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양사 합산 6회의 운수권이 있는 만큼 3개국에 모두 취항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처럼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그간 취항하지 않았던 국가로 하늘길을 넓히고 있다. 기업결합으로 내려놓게 된 일부 장거리 노선의 빈자리를 채우고 도합 200대를 넘기게 되는 대규모 기단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번 배분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만 운항했던 체코 운수권 3회와 아직 취항한 항공사가 없는 그리스 운수권도 주 2회를 획득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포르투갈 리스본, 아시아나항공은 이집트 카이로에 취항했다.

정부 역시 지난 11일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유럽 신규노선 취항을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서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취항하는 항공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출발시간이 중복되는 장거리 노선들의 시간대를 분산하는 등 합병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령 합병 전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A노선에서 모두 오후 2시에 출발했다면 이를 오후 2시와 오후 10시로 분산한다는 것이다.

다만 규모에서 다른 국적사를 압도하는 거대 항공사가 탄생한 만큼 운임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2019년 운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인상 금지'와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수준의 90% 미만으로 축소 금지'라는 조건을 달았다. 국토부와 공정위는 이행감독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관리·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항공권 운임은 상한선을 기준으로 인가를 받기 때문에 정상운임(상한선)을 올리지 않더라도 등급별 항공권 비율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체감 항공권 가격이 달라진다.

예컨대 대한항공의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은 이코노미에만 9개의 등급이 있고 비수기, 준성수기, 성수기마다 값이 다르기 때문에 공시한 운임만 27개다. 같은 항공편이라도 모든 좌석의 가격이 다르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게다가 대형항공사(FSC)지만 대한항공보다 낮은 가격으로 항공권을 공급하던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는 것 자체로 소비자들 체감상 항공권값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 정부가 대한항공의 독점을 깨고 몽골 노선에 차례로 항공사를 진입시킨 이유도 항공권값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대체항공사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있지만 풀서비스(Full service)인 아시아나항공과 사업 형태도 다르고 아직 규모도 미치지 못한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