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철저한 성과주의…현대차그룹 세대교체 가속

현대차그룹, 239명 승진 정기 임원인사…"중장기 사업 경쟁력 강화"
친환경차 기술 요직 승진…'미래 준비' 40대 신규 임원 41% 발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오토랜드 광명공장에서 열린 2024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차그룹이 10일 단행한 2024년 정기 임원인사는 불확실성 대비와 미래 준비로 읽힌다.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도 '승진 파티'가 아닌 기여도에 초점을 맞춘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인 동시에 40대 젊은 리더 비중을 4년 새 2배 가까이 늘리는 등 미래를 준비한 세대교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전동화 전환 지연 등으로 경영 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승진 파티 없다…철저한 성과주의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차(005380) 73명, 기아(000270) 43명, 현대모비스(012330) 20명 등 239명의 규모의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 252명보다 13명 적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에서만 100명에 가까운 97명이 승진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업계는 올해 현대차그룹 인사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일 것으로 관측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이고 K-방산 주역인 현대로템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사업별 성과 기여도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주요 시장인 북미 지역 총괄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사상 최초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하고, 장재훈 사장을 정의선 회장 체제 아래 첫 번째 부회장 승진자로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2024년 주요 정기 임원인사ⓒ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현대차·기아 주요 승진자 가운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두 승진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연간 누적 영업이익 28조 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데 이는 도요타에 이은 글로벌 업계 2위 수준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CFO인 이승조 전무와 IR담당으로 글로벌 3대 신용평가 A등급 획득 및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성공 등을 이끈 구자용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아도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주우정 전 CFO가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데에 이어 재경본부 요직을 거친 김승준 상무가 전무를 승진하고 새로운 CFO에 보임됐다.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이태훈 전무는 최대 실적 달성 기여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수 성과를 창출한 인원 중심의 승진 인사로 현재 호실적을 지속 유지해 중장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현대자동차 제공) 2024.10.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글로벌 친환경차 전환 선도…핵심 기술 요직 김창환·한동희 부사장 승진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 사업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달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사장은 기획조정담당을 겸직한다. 이를 통해 그룹 과점에서 사업과 전략 최적화로 성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미래 신사업 육성과 투자를 총괄 관리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부사장·전무 등 핵심 리더도 53명 발탁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장기화 등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전동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 개발 핵심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그룹에서 배터리와 수소 등 기술 개발을 이끄는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김창환 전무와 구동계 핵심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전동화시험센터장 한동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인사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모습. 2023.3.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40대 승진자 41%, 4년 새 2배 증가…세대교체 가속화

현대차그룹은 또 40대 젊은 리더를 100명 가까이 선발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세대교체도 강화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신규 선임 임원 가운데 40대는 전체의 41%로 2020년 21%보다 2배 가까이 확대했다. 특히 기술 부문의 경우 40대 신규 임원 비중은 64%에 달했다. 상무로 승진한 로보틱스지능SW팀장 주시현 책임연구원, 전동화프로젝트실장 곽무신 책임연구원, 수소연료전지설계2실장 한국일 책임연구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고 조직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역량과 성과가 검증된 여성 임원 11명도 발탁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서 4명의 여성 임원 승진자 규모보다 3배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현대카드 브랜드본부장 류수진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내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조직과 리더십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한 결과”라며 "향후에도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과감한 발탁과 육성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