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美中 충돌 고조에 K-반도체 긴장

美, HBM 등 대중 수출 통제…中, 갈륨 수출제한 등 맞불
거시경제 불안정성 심화…중간재 공급 국내 기업엔 악재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착수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글로벌 경제 회복이 더뎌지면 중간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전날(9일) 엔비디아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20년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반도체 설계기업인 멜라녹스 테크놀로지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는데, 엔비디아가 관련 조건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중국의 4대 산업 협회는 중국 기업이 미국산 칩을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므로 구매에 신중하고 대신 국산 칩을 구매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3일에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 등 희귀 광물과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흑연의 미국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일련의 대응은 최근 미국이 발표한 세 번째 반도체 대중 수출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 중국의 첨단 인공지능(AI) 개발 및 토착 반도체 생태계 구축 억제를 명분으로 140개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도 전면 금지됐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과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해 왔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부흥 정책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최대 위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 선 회사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2년 10월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A100과 H100의 중국 판매를 금지했고, 엔비디아가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성능을 낮춰 만든 H800도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같이 미중 반도체 전쟁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HBM 대중 수출 규제는 국내 업체 매출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준다.

SK하이닉스(000660)는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업체 중심으로 HBM을 공급하지만, 삼성전자(005930)는 HBM의 중국 매출 비중이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AI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시장에 HBM을 수출하지 못하면 미국 등 기존 공급처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갈륨 등 원료의 미국 수출 통제는 우리 기업 대상은 아니라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수출기업으로서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통상이 경직되면 거시 경제가 회복되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재 공급자로서 거시경제와 전방 산업이 좋아져야 실적이 개선되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