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발 탄핵정국 소용돌이로…8년 전 악몽 되살아난 재계

국정농단 사태 때 대내 위기 겪은 재계…총수공백·반기업정서 트라우마
이번엔 대외 경영 환경 최악…저성장·트럼프스톰에 계엄·탄핵 변수까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일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7/뉴스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재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공방 정국을 바라보며 8년 전 '트라우마'에 몸서리치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정경유착 사태에 따른 대내외 리스크를 겪으며 경영 위기에 처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경영 전략을 수립하며 가뜩이나 저성장 전망과 '트럼프 스톰'에 시름하던 재계가 돌발적인 대내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치자 8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안팎의 리스크에 시달렸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 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자, 행정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덩달아 경제외교도 실종됐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은 식물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반기업 정서도 감내해야 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연루되면서 기업에 대한 불신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의 전방위적 압박도 이어졌다. 경영 컨트롤타워 공백으로 기업들은 방어적 경영이 불가피했다.

대외적으로도 순탄치 않았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과 미국의 자국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웠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이번 탄핵 국면은 이전과는 달리 재계와 직접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기업들은 국정농단·정경유착 여파로 총수 공백을 겪은 당시보다 더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은 이미 예고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각각 한국 경제성장률은 2.0%, 1.8%로 전망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탄핵 정국 시기와 또다시 겹친 트럼프 시대는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백악관 재입성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보조금 폐지·축소와 관세 폭탄 등을 예고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리스크도 무시할 순 없다. 재계 숙원이었던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산업 지원 법안 논의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사실상 증발했다.

향후 무한 탄핵 정국으로 8년 만에 되풀이될 경제외교 공백은 수출 기업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사정 국면으로 본격 전환될 경우 재계에도 수사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기우(杞憂)까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8년 전 탄핵 정국 당시 학습 효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차분하게 대응은 하고 있다"면서도 "기업이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트라우마는 있는 만큼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까지 고려해 대비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