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현대차 인사 마무리…교집합은 '경험·트럼프·기술통'
4대 그룹 사장단 대부분 그대로 중용…"내실 다지며 도약"
경영 불확실성에 사업 경험 중요…임원 슬림화로 몸집 줄이기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올해 삼성·SK·LG그룹의 정기 인사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경험 많은 리더를 그대로 기용해 내실을 다지며 도약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은 성과·능력주의의 '파격'을 택했다.
'트럼프 리스크'도 4대 그룹 인사를 좌우했다. 미래를 쥔 기술통은 톡톡히 대우했다. 임원 승진 잔치는 없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SK그룹을 마지막으로 4대 그룹 인사가 마무리됐다.
그룹별 사장단은 대부분 그대로 중용되거나 유임됐다. 위기론이 불거지며 대대적 혁신이 예상됐던 삼성전자(005930)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만 일부 칼을 댔다.
핵심인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은 교체했지만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는 등 기존 전영현호 체제에 힘을 싣는 인사로 정리됐다. DS부문 경영전략담당(김용관 사장)도 신설해 반도체 집중 지원에 나섰다.
전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투톱으로 불리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도 재신임받았다. 삼성전자 컨트롤타워 격인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도 자리를 지켰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핵심 참모들을 대부분 유임시켰다. 권봉석 LG(003550) 대표이사와 신학철 LG화학(051910) 대표이사 등 부회장 2인 체제를 유지했다. CEO(최고경영자) 중 새 얼굴은 홍범식 LG유플러스(032640) 사장뿐이다.
SK그룹도 이날 주요 계열사 CEO를 대부분 재신임했다. SK디스커버리만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탁하며 CEO를 교체했다.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다만 SK는 앞서 몇차례 수시 인사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몇몇 계열사 CEO를 교체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파격을 택했다. 현대자동차(005380) 대표이사인 장재훈 사장이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현대자동차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돼 현대차 첫 외국인 CEO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그룹은 '믿을맨'을 그대로 기용하며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삼성전자가 전 부회장에게 위기의 메모리사업부까지 맡긴 건 과거 메모리 부흥을 이끌었던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전 부회장은 HBM 경쟁력 확보라는 특명을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LG그룹도 경험에 방점을 뒀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트럼프 2기 출범 등으로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사업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을 대부분 유임했다는 것이다. LG그룹은 "성과와 역량이 입증된 최고 경영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앞선 대대적인 리밸런싱(조직개편)으로 정기 인사 전 CEO를 교체했다. 인사 수요가 없었던 만큼 큰 인적 쇄신은 없었다. 다만 최근 성공 가도를 달리는 SK하이닉스(000660) 출신 인사를 계열사에 배치했다. '일류 DNA' 경험을 이식하기 위한 취지다.
성과주의로 파격 인사를 단행한 현대차그룹도 결국 실적을 낸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장재훈 부회장과 무뇨스 CEO가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른바 '트럼프 스톰'에 대한 대비도 인사에 반영됐다. '미국 우선주의' 강화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체제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에서 기후변화,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하고, 미 무역대표부 비서실장 출신인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그룹 북미 대관총괄로 선임했다. 현대차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맡은 성김 사장을 영입했다.
인사 대상은 아니지만 지난 2022년 LG그룹에 합류한 조 헤이긴 미국 LG워싱턴사무소장은 홀로 사무소를 이끌게 된다. 한국에서 파견된 공동사무소장이 이번 인사 때 퇴임하면서다. 헤이긴 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냈다.
4대 그룹이 모두 기술통을 전진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AI와 차세대 통신·반도체, 헬스케어 등 신기술 분야 리더들을 대거 등용했다. 삼성SDI(006400)·삼성SDS(018260)·삼성디스플레이·삼성벤처투자 등 관계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엔지니어 출신이 수장에 올랐다.
LG그룹은 신규 임원 21명을 포함해 그룹 R&D 임원 수를 역대 최다인 218명까지 늘렸다. 총수가 AI에 진심인 SK그룹도 관련 기술통이 대거 발탁됐다.
조직 슬림화 기조는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임원 승진 규모가 가장 작았다. SK그룹도 최근 4년 새 가장 적은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LG그룹도 지난해 139명에서 올해 121명으로 몸집을 줄였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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