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캐시카우 화학군 동반 부진…신동빈 인적쇄신 어디까지

케미칼·정밀화학·에너지머티…공급과잉·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실적 하락세
그룹 유동성 위기설 차단하고 조직 기강 잡기…그룹 체질개선 기조 반영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화학군에 강한 인적 쇄신을 단행한다. 과거 연간 조단위 영업이익을 냈던 캐시카우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룹 내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인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잣대가 화학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임원 인사를 발표한다. 과거 12월에 인사를 단행한 것과 비교하면 한달가량 앞당겨졌다.

롯데그룹은 빠른 인사로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현금 유동성 위기론이 돌 만큼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롯데지주(004990)가 즉각적인 해명으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우려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특히 화학군이 동반 부진에 빠진 만큼 경영진 변화는 불가피하다. 과거 롯데그룹 화학군은 한해 2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든든한 캐시카우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중국의 증설과 전기차 캐즘 영향까지 겹치면서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롯데그룹 화학군을 이끄는 롯데케미칼(011170)의 이훈기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석유화학 불황 속에서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 등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를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취임 1년인 만큼 유임에 무게가 실리지만 올해 3분기 누적 66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는 감점 요인이다.

일부에선 롯데케미칼 내 부사장 교체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이영준 부사장은 지난 2019년 말부터 첨단소재사업을 이끌고 있다. 황진구 부사장은 지난 2020년 말 그룹 인사 이후부터 기초소재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중 황 부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롯데케미칼과 비교해 안정적인 실적을 냈던 롯데정밀화학(004000)의 실적은 하락세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8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462억 원) 대비 74% 줄었다. 김용석 부사장은 2021년 말 롯데정밀화학 대표에 올랐다. 지난 2022년엔 404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염소 계열의 ECH(에폭시 원료)와 가성소다의 시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부사장은 지난해 2월 인수 완료 이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롯데그룹의 신사업인 전기차 소재 동박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2년 매출 7294억 원에서 지난해 8090억 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6839억 원으로 지난해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기차 캐즘이란 외부 영향은 피하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 동박 공장 완공 시점을 당초 계획인 2025년 말에서 2027년으로 미루는 등 속도 조절에 돌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내에선 희망퇴직과 임원 임금 반납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