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챙기다 韓경제 나락으로…민주당표 상법 개정 악몽
'이사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 개정 현실화…민주, 내달 초 강행처리 전망
"이사회 경영판단 위축으로 기업경쟁력 약화 불 보듯…외부 투기세력, 이사회 장악 우려"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의 입법 움직임에 위협을 느낀 주요 그룹 사장단 등 기업인들은 9년 만에 긴급 성명까지 냈다.
일반 주주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개정안이 결정권을 가진 기업 이사들의 경영 판단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른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악화는 기업 경쟁력 약화를 불러 한국 경제 전반에 되돌리기 힘든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4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이정문 의원이 지난 19일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르면 12월 2일 또는 10일 예정된 본회의 때 처리하겠다는 목표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소액주주 보호다. 이를 위해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주 보호 의무 조항을 새로 담았다. 기업 이사가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경영상 판단을 내릴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총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시행을 의무화하고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별도 선출하는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대신 일반 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장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개인투자자나 소액투자자들은 신속한 상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지배경영권 남용으로 주식시장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도 분명히 있다"며 법 개정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표 상법 개정은 기업 경영에는 '족쇄'로 작용하게 된다. 주주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불가피한 구조조정이나 경쟁력을 키울 인수합병(M&A), 기술 투자 등 생존과 미래를 위한 기업의 과감한 경영 판단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사들이 일부 주주에게 반하는 경영 판단을 했다가는 소송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주주의 이익을 충족할 경영상 판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사들이 소송전에 휘말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기업 존립 자체도 위협받는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 100개를 대상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이사회 구성 변화를 분석한 결과 16개 기업의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장악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경영 환경 악화로 곳곳에서 비상경영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상법 개정이 무리수라는 비판이 높다. 한 기업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수기업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첫 역성장(-1.9%)을 기록했고 수출기업도 특정기업을 제외하면 빨간불이 들어왔다"며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경기 침체도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죽이는 상법 개정이 그만큼 시급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소액주주 권익보호라는 명분 자체는 인정한다 해도,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고 한국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킨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정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지배구조를 흔드는 법 개정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기업 성장이 더뎌지면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에도 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박하지만 조정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찬반 양측의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며 "저도 직접 토론에 함께 참여해 쌍방 입장을 취합해 본 뒤 민주당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고 했다. 토론회는 이번 주 열릴 전망이다. 재계는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상법이 아닌 사안별로 판단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을 고치면 기업의 피해를 줄이면서도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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