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CSRD 도입률 절반 안 돼"…경총 "규제 도입 신중해야"
경총,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확정 앞두고 ESG경영위 개최
"독일 차질 빚고 미국도 신중론…규제 초기 변동성 살펴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ESG공시) 최종 기준을 연말까지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기후 관련 글로벌 규제의 시행 초기 변동성을 고려해 '국익 관점'의 신중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경영계 주장이 13일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열린 2024년 제2차 EGS 경영위원회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글로벌 규제에 너무 뒤처져도 안 되겠지만, 새로운 규제일수록 변동성도 많은 만큼 좀 더 긴 호흡으로 전 세계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EU) 지난해 1월 '기업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시행해 올해 7월까지 EU 회원국 전체가 법제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기한을 지킨 국가는 13개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스페인, 폴란드, 체코 등은 법제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유럽의 엔진'으로 불렸던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수입 경로가 재편되면서 높아진 에너지 비용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독일상공회의소(DIHK)의 8월 조사에 따르면 독일 기업 약 40%가 생산 축소나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실정이다.
손 회장은 "공급망을 둘러싼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까지 중첩되면서 새롭고 복잡한 양상"이라며 "높은 에너지 전환 비용과 공급 불확실성은 단순히 탄소누출(Carbon Leakage·탄소다배출 제조업체가 배출량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약한 국가로 이동하는 현상)의 문제를 넘어 한 나라의 산업 공동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EU의 지속가능성보고지침 적용이 차질을 빚고 있고, EU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탄소국경제도(CBAM)에 대해서도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주요 교역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방식이 강화될 경우 다자주의 무역 흐름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속가능성 보고지침과 탄소국경제도의 도입이 글로벌 주요국의 반발과 차질로 변동성이 커진 만큼, 우리나라도 규제 도입을 속도 조절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정책 대화에선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Scope 3) 공시와 기준서 제101호(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추가 공시사항) 채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규칙' 시행이 소송으로 잠정 보류된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공시기준을 확정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위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아 복잡한 B2B(기업간거래) 공급망을 형성할 수밖에 없고, 대-중소기업 간 역량의 차이가 뚜렷한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며 "공급망 전체의 일사불란한 대응이 요구되는 스코프-3 공시에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처별 기업 관련 정보공개 사항을 모두 담은 기준서 제101호까지 채택할 경우 기업의 선택 공시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가능성'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함으로써 국내 상장 부담을 가중하고 밸류업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공시 의무화 시기와 관련해 "구체적 세부기준과 객관적 공시방법을 담은 활용가이드가 제시돼 충분한 현장 검증을 거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은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에 관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수록 기업들의 부담과 피로도 가중될 수 있다"면서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를 동반한 명확한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이 조속히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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