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군이냐 아니냐"…실적 급한 정유업계 머릿속 하얘졌다

정유4사, 3분기 동반 적자…"4분기부터 회복세 기대"
트럼프 당선 긍정·부정 혼재…국제유가 및 美 원유가격 동향 동시 변수

미국 퍼미안 분지의 원유시추설비(자료사진)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실적 반등이 절실한 국내 정유업계의 셈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이 복합적이라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4149억 원, SK이노베이션(096770)은 4233억 원, HD현대오일뱅크는 2681억 원, GS칼텍스는 3529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4사의 3분기 적자 규모를 더하면 1조 4600억 원에 달한다.

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 불황으로 인한 석유 수요 부진이 배경이다. 정제마진도 통상 4~5달러인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면서 악영향을 미쳤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3분기 3.6달러로 계산된다.

다만 올해 4분기부터는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3분기 실적이 워낙 낮았던 데다 정제마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첫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보다 높은 6.0달러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최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점진적인 개선이 기대되는 수요·공급 환경 속에서 아시아 정제마진 또한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겨울 휴가와 계절성 요인으로 항공유와 난방유 등의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업황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의 영향은 긍정과 부정 양쪽에서 모두 가능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석유를 시추하라)"을 외치며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통해 석유 가격을 낮추고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미국이 실제 생산량을 늘리면 석유 공급 확대로 국제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유업계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과 부정적 래깅효과로 타격을 입는다.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까지 한 달쯤 시차가 발생하는데 비싸게 사둔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을 싼값에 판매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트럼프 2기 정부의 친환경 기조 완화로 석유 주요 소비국인 미국에서의 수요가 증가하면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중동산 원유 대비 미국산 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경우, 중동산 원유 위주로 수입하는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려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 입장에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석유 수입을 늘려야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원유가 중동 원유보다 가격이 낮아지면 정부가 요구하지 않아도 미국 원유 수입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유 공급이 장기적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한 나라의 압박으로 인해 원유 수입 물량을 확 늘리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경제적 측면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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