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국서 EU우등생으로…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이 택한 길

한국경제인협회, 남유럽 3국 최근 10년여간 정책과 경제성과 분석
긴축정책과 시장친화적 구조개혁 효과…적극적 해외투자 유치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거리.(특정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 AFP=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0년대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유럽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3국은 최근 3년간 EU(유럽연합) 전체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남유럽 3국의 10여년간 정책과 경제성과 분석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그리스는 2012년 심각한 재정위기로 국가 디폴트 사태까지 이르렀지만 최근 EU 성장률을 상회하는 경제성장을 보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리스 재정위기의 주된 원인으로는 1980~1990년대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국가부채 누적이 지목된다.

2019년 집권한 미초타키스 정부(신민당 정부)는 EU 권고에 따라 긴축정책을 이행하고 감세 및 투자환경 개선 등 시장친화적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취임 당시 29%였던 법인세도 단계적으로 22%까지 인하했으며, 투자·노동 관련 규제를 정비했다.

덕분에 그리스는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200%가 넘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168.8%까지 떨어졌다. 국가신인도도 13년 만에 '투자 부적격'에서 '투자 적격' 등급으로 격상됐다.

스페인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스페인의 GDP 연간성장률은 지난해 2.5%에 이어 올해도 2.4%(IMF 전망) 수준으로 관측된다.

2011년부터 추진한 노동·연금·재정 등 전방위적인 고강도 구조개혁이 원동력이다. 스페인은 단기계약 근로 도입과 해고 조건 간소화 등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공공투자 축소 및 지방재정 건전화 등 경제체질을 개선했다. 투자이민제도인 골든비자(Golden Visa), 해외투자자 조세 지원, 스타트업 육성 등 적극적인 해외투자 유치 노력도 병행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스페인은 2012년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적극적인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창출한 일자리 수가 4만2450개에 달해 유럽 2위를 차지했다.

재정위기를 겪던 포르투갈도 2011년부터 노동, 조세, 공공부문 등 전방위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 개선을 도모했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 친이민정책을 통한 해외투자 유치 등을 병행했다. 그 결과 2012년 -4.1%였던 경제성장률은 2015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2022년 EU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6.8%까지 치솟았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남유럽 국가들의 성장에는 관광업 회복 등 대외적 요인 외에도 긴축 재정, 적극적 투자유치 등 친시장적 체질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며 "최근 유럽경제가 에너지 가격급등 등으로 심각한 침체국면에 직면한 상황인데, 남유럽 3국이 장기 관점에서 구조적 취약성 대응을 어떻게 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