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질주 'K-전력기기' 끝나지 않은 잔치…'트럼프 관세'는 복병
AI·데이터센터 수요·노후설비 교체·中 배제 등에 내년까지 호실적 전망
국내 업체들 호황 장기화 예상에 시설 확충 가속…트럼프 2기 출범 변수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3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간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의 호황이 끝나지 않았단 시각이 많아 향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이어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효성중공업(298040)은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한 1114억 원의 영업이익을,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91.8% 늘어난 1638억 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LS일렉트릭(010120)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665억 원으로 5.2% 소폭 감소했다. 다만 초고압변압기의 경우 같은 기간 40% 성장하며 미국발 전력기기 호황의 수혜는 입증했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실적은 2021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관련 전력 인프라 투자와 맞물려 미국의 노후 전력기기 교체 주기가 도래한 데다 AI·데이터센터 확충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이어지면서 초호황기를 맞이한 덕분이다.
일례로 HD현대일렉트릭 영업이익은 2021년 97억 원에서 지난해 3152억 원으로 2년 만에 30배 넘게 뛰었다. 주가는 올해 초 8만 2200원에서 전날(8일) 종가 36만 3500원까지 4배 넘게 올랐다.
여기에 당초 미국 시장에서 순위권 안에 들며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던 중국산 전력기기들이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 이후 점유율을 잃은 것도 국내 업체들엔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변압기 수입에서의 중국산 비중은 2022년 12.4%에서 2024년 6월 말 기준 7.4%로 감소했지만 한국산의 비중은 같은 기간 5.1%에서 13.6%로 상승했다.
AI·데이터센터나 미국 내 수급 불균형 등으로 전력기기 호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생산시설 추가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경남 창원공장과 미국 멤피스에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 미국 앨라배마와 울산 공장의 증설을 마무리한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변압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실적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적 관세 등 무역장벽 확대와 친환경 기조 축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 업체가 공급하는 미국향 물량 중 수출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수출 여건이 저하될 수 있다"며 "미국 전력기기 수요 증가를 촉진한 요인이 전력망 투자와 함께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임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들의 실적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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