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룰에 외부세력, 감사위 장악…지주사 장려와도 모순"

대한상의, 3%룰 기반 감사위원 분리선출 가상 시나리오 보고서
"회사 경영, 공격세력이나 소액주주에 좌우…기밀 유출 우려도"

기업 정기주주총회 현장(특정 기사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2023.3.28/뉴스1 ⓒ News1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지주회사 A사는 자산 2조 원대 선박제조기업 B사의 지분 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할 예정이었는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과 감사위원 후보군을 놓고 이견을 빚었다. 결국 주총장 표 대결로 이어지게 됐는데, 국민연금은 소액주주(지분율 18%)의 주총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룰 규제'에 맞춰 상장사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나리오를 그려본 가상 사례다. B사의 정기주총 결과는 어떻게 될까. 대주주인 A사와 국민연금은 지분율에 상관없이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캐스팅보트는 18%의 소액주주가 된다. A사가 지분 과반(75%)을 들고 있지만, 소액주주의 뜻에 따라 회사 경영이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5일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시 지주회사 영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지주회사 경영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분리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회(현행 3명) 과반이 외부세력 주도로 선임돼 경영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43개 지주회사 그룹에 속한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계열사 112개 대상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3%룰 적용에 따른 의결권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주회사와 특수관계인 등 내부지분율은 48.7%에서 5.1%로 43.6%p 감소하는 반면, 연금·펀드나 소액주주 등 외부지분율은 49.7%에서 45.4%로 4.3%p 감소에 그쳤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주주총회 표대결 시뮬레이션 결과(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보고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인원 확대가 정부의 지주회사 장려정책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88개 기업집단 중 지주회사체제 전환 그룹이 43개(48.9%)로 절반에 달한다.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자회사는 상장 손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의무 보유해야 하는데,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3%룰이 적용되면 대주주가 제한받는 의결권이 일반기업보다 더 높게 된다. 정부가 지주사체제를 장려하고 있지만, 회사 입장에선 지주사체제 전환이 비합리적 선택이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또는 전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주회사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며 "감사위는 회사 내 자료조사권과 중요한 정보 열람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기업 측 외부 인사 선출시 기밀유출 위험성도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권한을 확대하기보다 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간섭, 경쟁사 기술유출 등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고 해외 입법례도 없는 제도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입법에 신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