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카드' 꺼낸 최윤범…우리사주에 우호세력까지 모아 반격
MBK측 지분 희석 후 우리사주로 우호지분 3% 늘려…역전 가능성
공모가격 30% 할인에 우호세력 진입 수월…MBK·영풍 "법적 대응" 변수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방어하는 고려아연(010130)이 전체 발행 주식의 18%에 해당하는 신규 주식을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다. 이를 통해 MBK·영풍의 지분을 희석하는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재차 우군 확보를 시도할 기회를 얻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을 통해 유상증자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기존 발행 주식 총수인 2070만여 주의 18.03%에 해당한다. 증자 완료 후 주식수를 기준으로 하면 15.28%의 새로운 주주가 등장한다.
MBK·영풍과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경쟁을 펴 오던 최윤범 회장의 유상증자 결정은 경영권을 노리는 MBK·영풍 측의 지분을 희석하는 게 1차 목표였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38.47%였는데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채 증자가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32.6%로 떨어지게 된다.
지난달 중순 공개매수를 본격화하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기 전 MBK·영풍의 지분은 33.13%였는데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베인캐피탈 등 우호세력을 포함한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도 35.4%(자사주는 제외)에서 30%로 줄어들지만 양측의 격차는 약 3%포인트(p)에서 2.6%p로 좁혀진다.
최 회장 측이 기대하는 건 유상증자 물량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배당한 점이다. 증자 완료 후 전체 주식의 3.05%에 해당한다. 최 회장 측 우호세력이 되면 33.05%로 MBK·영풍에 소폭 앞설 수 있다.
MBK·영풍이나 최 회장 측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지만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1인당 신규 발행 주식의 3%(약 11만 주)를 초과해 청약할 수 없도록 제한한 만큼 어느 한 쪽에 유리하기는 어렵다.
이에 당사자들보다는 양측이 유상증자에 우군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지분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이 그간 주요 대기업 등과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우호세력 확보 경쟁에서는 다소 유리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의 주당 가격이 일반공모 청약일 전 3~5거래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으로 30%의 할인율을 적용해 확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이를 적용해 계산한 예상 주가는 67만 원이다. 청약은 우리사주조합은 12월 3일, 일반공모는 12월 3~4일 각각 진행된다.
추후 주가가 떨어진다면 공모가격 역시 낮아진다. 최근 경영권 분쟁 이후 주당 100만 원 이상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유상증자 발표 후 가격 장벽이 낮아지면 우호세력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최 회장으로서는 여기에 기 보유 자사주 최대 2.4%에 대한 추가적인 활용 카드도 남아 있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다음 달 초 신탁계약이 만료되는 1.4%의 기 보유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이나 임직원 성과급 등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MBK·영풍 측의 반발에 따른 법적 리스크는 남아 있다. MBK·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이번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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